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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중국 현지취재 뒷얘기] 북한 여성 돕는 인도주의 운동가 손명순 씨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한 주 동안 특집기획 '북-중 국경의 두 얼굴'을 보내드렸습니다. 국경 지역 현지 취재를 통해 식량 밀수현장과 북한의 식량난, 국경 경비 상황, 탈북자 단속 실태에서부터 인신매매 된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투자에 열을 올리는 북한 무역일군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식들을 전해드렸는데요. 이 시간엔 이번 취재와 관련한 뒷얘기들을 들어보겠습니다.

문: 중국에서 북한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과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누가 가장 인상 깊던가요?

답: 저는 북한 여성들을 뒤에서 돌보며 몰래 지원해 주는 기독교 인도주의 운동가 손명순 씨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인신매매 돼서 중국 시골에서 사는 탈북 여성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가슴 아프고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선입견을 갖고 현지에 갔었는데 오히려 눈 속의 매화처럼 차가운 시련 속에서 꽃을 피우는 북한 여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열심히 일해 가족과 동네에서 인정 받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한족 남편들을 도와 집안을 잘 꾸리고 있었습니다.

문: 그 뒤에는 손명순 씨 같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탈북 여성들은 가슴에 깊은 상처와 도덕적 상실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국적도 없이 이리 저리 팔리면서 성폭력에 시달리는 등 몸도 마음도 바닥까지 내려간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손 씨 같은 분들은 비단 생활비와 자녀들의 장학금 등 재정적 후원 뿐 아니라 이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고급 장소에서 10쌍 이상 단체 결혼식까지 후원해 탈북 여성들이 어깨를 펴고 오히려 한족 남편에게 큰 소리 치는 등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었습니다.

문: 그러니까 인신매매 당했다고 해서 무조건 불쌍히 여기고 탈출을 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손 씨는 그래서 분별을 잘 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정말 남편을 잘못 만나 반 노예처럼 사는 여성들은 서둘러 구출해야 겠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은 뿌리를 내리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여성들이 지역을 옮기면서 가정이 계속 파괴되고 가슴에 멍이 드는 자녀들이 적지 않은데요. 모 지역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북한 여성은 북한에서 자녀 2명, 중국 도시에서 1명, 남부에서 자녀 2명 등 5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이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신분이 없이 늘 불안정하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런 과정들을 거치는 분들이 있는데요. 손명순 씨는 그러니까 더욱 이런 탈북 여성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이상의 가정 파괴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분들이 호구를 속히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계속 높여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문: 그렇군요. 특집방송 초반부에 북한의 식량난과 밀수 현장을 집중 취재해 보내드렸는데, 식량이 밀수를 통해 상당히 많이 들어가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밀수를 통해 못 들어가는 물품이 없을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보도해 드렸듯이 6월 말 이후 곡식만 한 달에 적어도 5-6만t 이상 많게는 10만t 이 들어가고 있고, 북한주민을 돕는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이 통로를 자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문: 이렇게 식량이 들어 가는데도 북한에 식량난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요?

문: 현지 관계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었습니다. 밀수된 식량이 보통 북한 내 여러 회사로 들어가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과 노동자들에게만 배급되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북한 정부가 주민들에게 배급을 거의 못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각 회사가 이렇게 외화벌이 회사를 끼고 밀수 통로를 이용해 식량을 들여 가는 것입니다.

둘째는 북한에서 이른바 '돈주' 라고 불리는 신흥 야메꾼들이 문제로 지적되는데요. 이들은 돈이 많아 외화벌이 회사에서 밀수해 들여 온 쌀들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장마당에 높은 가격을 받고 되팝니다. 그러니까 가난한 일반 주민들은 식량을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꽃제비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주민들의 식량난을 잘 반영해 주는 것이죠.

문: 그러니까 고난의 행군 때처럼 식량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데도 일반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란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돈 없고 힘 없는 일반 주민들만 계속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북한에서 온 방문자들은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제가 평양 출신 중산층과 함경도 출신 방문객들을 만났는데 이구동성으로 이 야매꾼들을 욕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식량과 물건 가격을 집단으로 조작해 이득을 많이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답: 압록강 밀매 현장에서 쌀 25kg 한 가마니에 인민폐 75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 kg에 3원꼴인데요. 북한에서 요즘 쌀 1 kg에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2천 5백원 정도 하니까 중간에서 2배 이상을 챙길 수 있습니다. 미화 1달러가 보통 북한 장마당에서 3천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고, 이는 인민폐 7원 정도에 해당하니까 이런 계산이 나옵니다. 가전제품은 중국에서 더 많은 이득을 납깁니다. 구형이긴 합니다만 21인치 새 텔레비전이 중국에서 89달러, 북한 돈 26만원 정도에 평양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북한 방문자에 따르면 청진에서 같은 텔레비전이7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문: 중간 마진이 상당하군요. 이런 현상 때문에 북한에 빈부 격차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정치 분야 1장에서 국가의 주권이 노동자, 농민, 근로 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며 사회의 평등을 큰 자부심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이 상류층들은 수 천 달러짜리 시계와 가전제품을 부담 없이 사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일반 인민들은 하루 살아가기가 바쁜 형편입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이런 북한 내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장마당 규제 등 체제를 계속 강화하려는 상류층과 장마당을 붙들며 생계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일반 주민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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