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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북-중 국경의 두 얼굴 V] 투자유치 열 올리는 북한 무역일군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보내드리는 특집방송 북-중 국경의 두 얼굴, 오늘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북한 무역일군들의 투자유치 열기와 소비 실태에 관해 전해드립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투자 유치에 대한 북한 무역일군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무역일군들은 외국 투자자들을 만나 나름대로 전망이 밝은 사업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을 상대로 무역을 하는 중국 상인들은 북한 내 투자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대북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합니다.

[도시 거리음]

중국에서 북한의 무역일군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변경도시 단둥. 파견된 관리와 일군, 가족,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적어도 2천에서 3천 명의 북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채로운 도시입니다.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어 거리를 다니면 북한의 인공기와 한국의 태극기, 그리고 중국의 오성홍기가 나란히 그려진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중순 이 곳에서 만난 북한의 무역회사 간부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해제 착수를 크게 반기고 있었습니다."

ACT: "(테러지원국 해제를) 당연히 반기죠. 우리는 이제 일본, 남쪽 제껴 놓고 미국하고 상대할 겁니다. "

요즘 이 지역에서 실적이 매우 좋다는 모 무역회사 대표 김용수 씨. 왠만한 북한의 파견 일군들은 2인 1조로 다니는 데 김씨는 손 전화기를 2대나 갖고 다니며 혼자 투자자들을 만납니다.

ACT: "난 사업가적 차원에서만 정확하게 얘기합니다. 내 말 한 마디에 (투자자들이) 살고 죽을 수 있으니까. 내 말 믿고 들어왔다가 실패하면 어떡합니까?"

북한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다는 미남형의 이 무역회사 대표는 노련하게 상대를 안심시키며 투자가 가능한 다양한 분야를 소개합니다.

ACT: " 태양열을 여기서 생산하겠다 하면 다른 태양열 회사는 못 들어옵니다. 우린 그렇게 보장해줍니다."

김 씨가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ACT:" 기업사장이 책임져요. 네가 사원들 배급 못 주면 네가 나가라! 1만 달러 벌면 국가에 7천 불 받치고 3천 불 공장 위해 쓰고. 그래서 머리 안 쓰는 공장 사장은 죽은 것이고. 일개 가구회사 사장이 머리 잘 써서 요즘 엄청 법니다."

북한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중국인들은 북한의 경제 관리들과 무역일군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합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교수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이런 양상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ACT: Englsih…

박 교수는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점의 호객행위 등 경쟁 현상은 개인의 이윤 추구를 위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과는 다르다며, 이는 자금 확보 외에 회사의 명운을 건 치열한 경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국에서 만난 북한의 경제 관리와 무역일군들은 특히 설비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도시에서 만난 무역회사 대표 주성만 씹니다.

ACT: "생산 설비가 좋습니다. 이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되니까 이제부터는 괜찮을 거예요. "

북한의 생산 설비들이 대부분 낡아서 공장 등 생산 전선에 차질이 많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도 설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 취재팀이 중국에서 입수한 북한 대외무역 연락위원회의 '21세기 조선상업무역 좌담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많은 제련기업의 설비가 노화돼 개조가 시급하다며 이에 대한 관심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광산, 운수, 건축 등 총 20개항으로 이뤄진 투자 항목 가운데 설비는 첫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단둥에서 만난 무역회사 대표 김 씨는 북한 내 설비 문제의 심각성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ACT: 김:"우리 아직도 50년대 기계 씁니다. 기름칠 하면서."

기자: " 그럼 새 공장이 많이 들어가야 겠네요"

김: "우리 공장 없습니다. (웃으며) 핵 만들고 미사일도 잘 만드는데 다른 공장은 없어요. 설비가 워낙 낡아 가지고."

김 씨 등 무역회사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중고 설비를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중고 설비가 들어 왔지만 워낙 낡아 오히려 짐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말하는 설비는 양말, 그릇, 밥솥 만드는 기계에서부터 중장비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총 망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투자 지역은 대부분 평양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ACT: "일단 (평양에) 들어가셔서 아리랑도 보시고 가서 우리 관계자들 만나면 지역 어떤 곳에 투자하실지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대도시에서 만난 북한 정부의 한 경제 담당 관리는 10분 간의 짧은 만남에서 계속 평양에 오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단둥에서 만난 무역회사 대표 김용수 씨도 평양에 투자하면 자기 회사의 땅까지 내 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ACT: 김:"내가 우리 회사 땅까지 줄 수 있습니다. 3천평 정도 갖고 있습니다.

기자: 국가 땅인데 맘대로 되나요?

김: 국가 땅이면서도 회사 땅입니다. 맘대로 합니다. 땅이 완전히 기가 막힙니다. 대동강 중앙이라서."

김 씨는 일본인이 평양에 2백만 달러를 투입해 매달 70-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상가에 투자하는 것도 짭짤하다고 설명합니다.

평양 사람들이 그렇게 소비를 잘 하느냐는 질문에 평양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ACT: "하다 못해 지퍼 라이터 100불짜리 50불짜리 누가 사겠냐 하지만 없어서 못 팝니다. (자신의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가 2천 9 백 달러 합니다. 오메가인데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진품입니다. 침대, 소파, 책상 할 것 없이. 신발 하나에 40-50 불씩 하는 것 잘 나갑니다."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렸던 국제상품전람회는 평양 상류층들의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ACT: 안내원 " 우리 경제 그릇은 높은 데서 떨어져도…."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한국과 서방세계 관계자들은 1-2천 달러 하는 냉장고 등 비싼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폐장 시간을 연장해 달라며 구매에 열을 올렸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무역일군과 관리들이 말하는 평양 상류층의 삶은 식량난으로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폐쇄된 북한과는 다른 세계였습니다.

ACT: "선생님이 어디에다 이런 것 하고 싶다고 딱 얘기해 주시면 내가 전기하고 땅 문제는 해결하겠습니다. 1만 평이든 2만평이든 장담하건 데 해 주겠단 말입니다."

계속해서 호언장담을 하는 무역회사 대표의 말. 이들은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상인들은 대북 투자에 대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ACT: "투자하면 다 실패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라진 신의주 쪽에 많이 하는데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돈 조금 벌면 정부에서 짤라 버려요."

중국 상인 왕처민 씨는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실화들을 자세히 소개해 줍니다.

ACT: "중국의 대방(사업가) 모집합니다. 승용차 몰구 가서 이 지구가 좋다. 저기가 좋다. 중국 사람들이 얼마 투자합니다. 그럼 시간을 미룹니다. 한 달 두달. 그러다 가 보면 주인도 없어지고 다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에 신고하면 기간이 1-2년이 걸립니다."

왕 씨는 자신이 아는 중국인 사업가 중에 라진시에 투자해서 재미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중국 지방 공산당 간부 출신인 장진성 씨는 북한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ACT: "그 사람들은 (무역일군) 실적 올리기 위해서 그런 겁니다. 한번씩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부터 투자 안합니다. 투자란 환경과 조건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보장이 없는데, 경제란 그런 환경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무슨 보장이 있어 투자하겠습니까?

중국 공산당 중앙당학교 조호길 교수는 최근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조 교수는 개방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낡은 시설, 낡은 기술, 원자재 부족 등으로 시장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북한 정부의 문제라며, 핵 개발과 선군정치로 개방 가능성이 차단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무역회사 대표 김용수 씨에게 투자 환경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변화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ACT: "자본주의에서는 환경을 중요시 여기지만 저 쪽에서는 이거 무시하다시피 합니다. 우리 20년, 30년 그렇게 해 왔습니다. 사람 소개하고 면담 시켜주겠습니다. "

오랜 시간 노트북 생산, 임가공 투자로 계속 화제를 바꾸며 열변을 토하는 북한 무역회사 대표의 말이 계속 허공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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