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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1백 미터 이내서 피살' -한국정부    


금강산 한국인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을 조사 중인 한국정부 합동조사단은 사망한 박왕자 씨가 총격을 가한 북한 군 초병과 1백 미터 이내 거리에 멈춰 서 있었거나 천천히 걷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박 씨가 경고를 무시하고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사격했다는 북한 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정부 합동조사반은 최근 동해안에서 실시한 모의실험 결과, 박왕자 씨가 사망할 당시 피격 거리가 1백 미터 이내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의 설명입니다.

"금번 사격실험에서 북한 초병의 명중률과 유사한 수준은 의탁 사격일 경우 1백 미터, 추격 중 사격을 가장한 서서 쏴의 경우에는 60미터 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실장은 만일 북한의 주장대로 박 씨가 도주 중이었다면 사거리는 1백 미터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 합동조사단은 지난 달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금강산 사건현장과 유사한 강원도 고성군 해안지역에서 다양한 모의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박 씨와 신체조건이 비슷한 50대 전후 여성과 마네킹 등을 이용해, 산책을 하거나 달릴 때 이동거리별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측정했습니다. 또 사격 거리와 방향을 추정하는 탄도실험, 다양한 사거리별 사격실험, 사건발생 시간대의 사물 식별실험, 그리고 총성 인지실험도 실시됐습니다.

이같은 모의실험 결과, 박 씨는 피격 당시 정지해 있었거나 천천히 걷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만약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면 입고 있던 흰색 셔츠가 뒤로 날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원피스에만 총탄 흔적이 남았을 것이라는 게, 합동조사단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원피스에 있는 탄흔과 셔츠에 형성된 탄흔이 같은 위치에 있는 점을 볼 때, 최소한 박씨가 엉덩이 부분을 피격 당할 당시에는 서 있었거나 아주 천천히 걷는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합동조사단은 밝혔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북한 군 초병이 박 씨를 발견하고 움직이면 쏜다고 경고했지만 박 씨가 달아나는 바람에 쫓아가 공포탄을 한 발 쏜 뒤 다시 조준사격으로 세 발을 쐈다는 북한 측 설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 합동조사반은 또한 상처와 총상을 근거로 북한 군이 적어도 3발을 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총성 발사 횟수를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몇 발을 쐈던 간에 박왕자 씨의 사체에 나타난 총상 형태를 봐서는 최소 3발은 확정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모의실험은 분명한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정확한 피격시간이나 박 씨의 이동경로, 관광객 식별 여부, 사건의 의도성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합동조사단 측은 현장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며 북한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한승수 국무총리는 31일, 북한 측이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총리는 북한에 두 번이나 공동조사를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면서, 북한 측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사건경위를 설명한 뒤 책임자 처벌과 공동조사 수락, 관광객에 대한 안전보장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총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금강산 관광을 담당하는 한국의 현대아산 측은 합동조사단의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현대아산은 이번 발표로 피격사건 진상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현지 직원의 단계적 철수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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