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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미국,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 유도해야’


미국은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을 추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미국의 한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특히 북한이 진정한 개혁 의지를 보일 경우, 미국은 대규모 원조와 투자, 교역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공산주의 이념을 유지하면서 경제개혁과 사회개방을 이룬 베트남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 (Brookings Institution)'의 마이클 오핸런 (Michael O'Hanlon) 외교정책 선임 연구원이 주장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2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베트남과 중국은 공산주의체제 내에서 개혁을 이룬 모델"이라며, 북한이 동유럽 국가들처럼 공산주의를 버리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그럴 용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USA투데이'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개혁된 북한은 오늘날 베트남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베트남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지난 1970년대에 2.6%에 불과했으나 '80년대에 개혁을 시작하면서 3.6%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또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미국과 수교한 이후에는 경제성장률이 7%를 넘고 있다며 "오늘날 북한은 베트남의 '70년대 말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베트남식 개혁을 추진하도록 유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진정한 개혁 의지를 보일 경우, 대규모 원조와 투자, 교역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또 북 핵 문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대폭 감축하고 장기적으로 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한편, 인권정책을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조와 무역의 길을 열고, 다른 나라들도 동참하도록 권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미국이 "핵 문제에만 집중하면 북한과 계속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을 제외하면 협상할 자산이 많치 않기 때문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부르는 가격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이 처음부터 갖지 말았어야 할 핵을 놓고 미국이 협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다른 과격 정권들에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과의 미래 관계 청사진으로 보다 포괄적인 개혁을 생각해야 한다"고 오핸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나 적성국 교역법 적용 제외로부터 북한이 얻는 직접적인 혜택은 적다며 이들은 진정한 당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당근은 원조와 교역, 투자, 외교적 접촉이며, 미국은 이런 유인책들을 평양 지도부에 제시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개혁을 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북한은 베트남식 개혁을 추진하다 루마니아처럼 될 것을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쿠는 24년 간 철권통치를 계속하다 지난 1989년 민중봉기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 처형됐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것에 대해 늘 다른 공산주의 정권들보다 훨씬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며 개혁을 위해서는 이같은 '은둔의 왕국'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은 지금까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상하이 방문 등 경제개혁의 작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제한적이었다며, 북한이 베트남의 모델을 따르려면 대외 개방과 관련해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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