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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금강산 사건 남북관계와 분리해 접근’


한국의 한승수 국무총리는 21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과 전반적인 남북관계는 분리해 대응하려 한다"며 이 사건의 여파가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데 대해 일정한 선을 그었습니다. 금강산 사건 직후 대북 강경자세를 보였던 한국 정부의 태도가 다소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1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과 남북관계는 분리해 대응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른 문제로 확산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는 이날 북한 군 초병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 열하루 째를 맞아 열린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답변하면서, 개성관광 중단 여부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개성관광은 남북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중단시키는 문제는 굉장히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관광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다만 관광객의 신변안전에 대해선 이 것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한 총리의 발언은 금강산 사건 발생 이후 그동안 개성관광 중단 검토 등 대북 강경 자세를 보여 온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를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살해 사건 정부 합동대책반과 금강산.개성관광 사업 점검 평가단을 분리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사건 조사단의 분리운영 방침을 밝혔습니다.

"정부 합동대책반과 금강산.개성 사업 점검 평가단은별도로 운영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그래서 금강산.개성 사업 점검 평가단의 진행 상황이라든가 향후 추진 일정 등은 다른 파트에서 적절하게 설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별도의 두 개 조직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대북 조치, 그리고 현대아산을 대상으로 한 개성.금강산 관광사업 관련 조사를 따로 따로 맡는다는 게 정부 측 설명입니다. 이는 현대아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자칫 개성관광 중단을 염두에 둔 수순이라거나 대북 압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퍼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금강산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일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한국의 최대 주적은 북한"이라며 "군에서는 북한을 현실적인 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북한은 우리를 수도 없이 욕하고 비난했다"며 "최근 남북관계의 급속한 경색은 북한의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의 사건현장 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22일부터 사흘 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 포럼, ARF에서 이 사건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호주, 그리고 포럼 의장국인 싱가포르 등 다른 참가국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이 ARF에서 정식 의제로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단순히 한반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아세안 지역 안보환경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생각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포럼 참석차 2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강산 피격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 정부 간 대화를 조속한 시일 내에 열자고 박의춘 북한 외무상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공식 회담 일정은 없지만 접촉 기회가 마련되면 이같은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혀 북측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금강산에서는 지난 11일 한국의 한 50대 여성 관광객이 북한 초병에 의해 피격됐습니다.

한국의 '동아일보'는 21일자 신문에서 이번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서 총격을 가한 북한 초병이 17살의 나이 어린 여군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같은 보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합동조사단의 확인 결과 동아일보 관련 기사와 관련된 내용이 접수된 바가 없다고 확인을 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진상조사단의 현장조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아일보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신참 여군이 군 초병의 근무수칙을 경직되게 고수해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며, 북한 당국도 사건의 전개과정을 파악하고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여군이 초병으로 근무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보도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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