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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한미군 핵 검증 주장은 협상 전략’

  • 최원기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이 북한 핵 문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6자회담에서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을 주장하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검증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해 검증과 관련해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 문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로부터 모든 검증을 받고 있고, 검증 협정문과 안전 조치를 준수하고 있다며, 북한이 원하면 주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 문제를 자주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13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담화를 통해 '남한 내 핵 검증'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이튿 날에는 또 다른 대남 기구를 통해 "미국이 남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시점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핵 사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두 가지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곧 열릴 6자회담 검증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 동안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검증은 수용할 뜻을 보였지만 핵무기를 비롯한 다른 군 시설에 대한 검증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 문제를 제기해 북한 군 시설에 대한 검증을 피해보려는 의도 같다고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안보 담당 차관보가 말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차관보는 북한이 주한미군에 대한 검증 문제를 제기해 자신들에 대한 검증 조건을 약화시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국제문제 연구기관인 몬트레이연구소의 신성택 박사는 이 것이 북한의 '초점 흐리기'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곧 열릴 6자 검증 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 문제를 제기해 초점을 흐리고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라는 얘기입니다.

한편 지난 1996년부터 3년 간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장군은 주한미군은 핵무기가 없는데 왜 북한이 그 같은 주장을 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반도를 비핵화하자는 것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북한이 왜 주한미군 사찰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주한미군에 대한 핵 사찰 문제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핵무기 철수와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을 주장했었습니다. 이후 미-소 냉전이 끝나자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9월 한반도 핵무기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남북한은 그로부터 석 달 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남북 상호사찰을 위한 '남북 핵 통제 공동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그러나 남북 상호사찰은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결국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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