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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핵 협상 진전 세부 검증 계획에 달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끝난 북 핵 6자 수석대표 회담 결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낙관론자들은 6자회담이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에 합의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자세한 검증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북 핵 6자 수석대표 회의 결과에 대해 다소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을 비롯한 6개국이 검증을 둘러싼 시각차로 구체적인 검증 계획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문제의 핵심은 검증의 범위였는데 6개국은 이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로 큰 틀의 검증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또다른 민간연구소인 대서양위원회의 한반도 전문가인 도널드 그로스 연구원은 이번 6자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로스 연구원은 북한의 핵 시설과 문서를 검증하는 것은 물론 핵 과학자 면담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여하기로 한 것은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비롯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입버릇처럼 '악마는 세부 사항에 있다 '는 서양 속담을 자주 인용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는 이번 6자회담에서 아무리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앞으로 세부 검증 계획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전체 6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에 소재한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곧 열릴 비핵화 실무회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존 박 연구원은 핵 검증의 세부 사항을 잘못 다룰 경우 자칫 북한 비핵화 과정이 실패할 수도 있다며, 6개국이 세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심스런 낙관론을 갖고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서양위원회의 도널드 그로스 연구원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검증에 적극 협력하지 않을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로스 연구원은 미 국무부는 북한 핵에 대한 세부 검증 계획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미국 등 5개국이 북한에 오는 10월까지 중유를 비롯한 경제적 지원을 완료키로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어차피 2단계에서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것인만큼 되도록 빨리 주어서 불능화를 신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일본 변수'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일본이 북한에 10만t 정도의 중유를 지원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6자회담 발표문에서도 "일본은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조선에 대한 경제와 에너지 지원에 참여한다"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관측통들은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10월까지 일본의 민항기인 요도호 납치범들을 자진출국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만일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이나 러시아가 먼저 북한에 중유 10만t을 주고 나중에 일본으로 돌려 받는 방안도 있다고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미국 등 5개국 중 한 나라가 일본이 내기로 한 중유를 먼저 내주고 나중에 돌려 받는 방안이 6자회담에서 검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6자회담보다 곧 열릴 한반도 비핵화 실무회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만일 실무회의에서 자세한 검증 계획이 마련될 경우 북한 핵 문제는 핵 폐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6자회담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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