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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진전 따라 미-북 민간외교도 활발


북 핵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미-북 관계가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소위 '트랙 2 (Track 2)'로 불리는 양국 간 민간외교는 핵 문제 진전에 맞춰 이미 지난 해 10월부터 이전에 비해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북 간 민간교류는 문화와 체육,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는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미국과 북한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민간외교 아닙니까? 최근 분위기를 보면 북 핵 문제 진전에 따라 양측의 민간외교도 활기를 띠는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 네. 사실 민간 분야 교류는 지난 해 10월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는 것이 그동안 미국에서 대북 민간교류 사업을 추진해 온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인 10.3 합의가 있었구요. 여기에는 미-북 간 관계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북한이 양자 간 교류를 증대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물론 양국 간 민간교류가 그 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제2차 북 핵 위기로 미-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것이 사실인데요. 지난 해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것이 대북 사업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문: 그러니까, 지난 해 10.3 합의에 양국 간 신뢰 증진을 위해 교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고, 실제로도 활발해졌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처음으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벌여서 화제가 됐었죠. 당시 로스앤젤레스 등 5개 도시에서 시범을 보이고, 이 내용이 미국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기도 했습니다. 대북 사업을 추진해온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행사를 기점으로 북한 교류단의 미국 방문이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구요, 이후 두 달 간 5개 서로 다른 북한 대표단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권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북한 대표선수단도 있었습니다.

문: 당시 김성국 선수가 동메달을 땄던 기억이 나네요.

답: 맞습니다. 당시 북한 권투선수가 미국 링에 오른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11년만에 처음이었습니다. 또 11월에는 조선적십자종합병원 주채용 부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의료진이 미국을 방문해서 미국 의료진들과 의학 분야의 교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 무렵부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서, 결국 올해 초 성사됐구요. 이런 민간교류는 올해도 학술, 예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 민간교류에 대한 미국과 북한 정부의 지원은 어떻습니까?

답: 사실 민간교류라고 해도, 양국 정부의 지원과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경우 미국에 교류단을 보내는 과정 자체를 정부가 주관하고 있구요. 또 북한이 보낸 교류단은 미국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미국에 입국할 수가 없으니까, 미국 정부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죠. 또 뉴욕 필 공연 때는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직접 단원들을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민간교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6자회담 합의 중에는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고, 실제로 그런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북 핵 문제 진전과 함께 미-북 간 민간외교도 더 활발해지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렇게 민간교류를 지원하면서 교류를 추진하는 단체도 늘고 있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 앞서 말한대로 미국과 북한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구축하는데 민간 분야의 교류 확대는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도 정치 상황에 따라 위축되지 말고 이런 활동이 계속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답: 그동안 미-북 간 민간교류를 추진해온 분들도 한결같이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은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 외에도 아이오와 주의 시더 래피즈 같은 작은 도시들도 방문했었습니다. 저희도 시범단의 시더래피즈 공연을 취재했었는데요, 미국인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또 공연이 끝난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북한 선수들과 한참을 어울려서 사진도 찍고 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또 시더 래피즈 시장은 북한 선수단의 공연을 기념하기 위해서 10월 첫 주를 태권도주간으로 선포하기까지 했구요. 당시 시범공연을 주관했던 정우진 관장에 따르면 공연을 봤던 주민들이 아직도 북한 선수들의 안부를 묻는다고 합니다. 이런 민간교류가 미-북 두 나라 국민들의 신뢰 구축에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앞으로는 어떤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습니까?

답: 사실 태권도 시범단의 경우 공연이라는 성격상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조용히 드러나지 않고 이뤄지는 교류가 더 많죠. 현재도 학술, 예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북 핵 문제 진전과 함께 양국 정부가 이런 교류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새롭게 대북 교류를 추진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시라큐스대학과 조지아대학 등은 학술교류 차원에서 북한 측 관계자들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구요, 최근 한 구호지원 단체는 북한 의료진의 미국 연수를 계획 중입니다. 또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워싱턴 지부는 올 가을 북한 교향악단의 워싱턴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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