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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


북한에 핵 관련 기술을 밀매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최근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고 직접 밝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칸 박사 발언의 의미와 북한 우라늄 농축 문제의 배경과 전망을 살펴봅니다.

문) 최 기자, 파키스탄의 칸 박사는 지난 1990년대 북한에 핵 기술을 유출한 장본인인데요, 칸 박사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증언을 했다지요. 먼저 발언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답)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최근 미국의 `AP 통신', 일본의 `교도통신' 등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칸 박사는 이 인터뷰에서 지난 2000년 여름 파키스탄이 사용했던 우라늄 농축용 P-1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샘플 등 관련 장비를 북한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칸 박사는 또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넘겨줄 때 북한의 항공기가 동원됐고, 파키스탄 군 당국이 선적을 감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칸 박사가 자신의 입으로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넘겨줬다'고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파키스탄이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넘겨줬다는 얘기는 전에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 칸 박사의 발언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답) 지금까지 북한과 파키스탄 간의 핵 연계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증언은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서 나왔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9월 칸 박사가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20기를 넘겨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긴 합니다만 당사자인 칸 박사가 자신의 입으로 '내가 원심분리기를 북한에 넘겨줬다'고 밝힘으로써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은 이제 '증언' 수준에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문)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답)미국은 그동안 중앙정보국(CIA)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2000년대 초까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했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왔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미국은 그동안 농축 우라늄 문제와 관련해 주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해왔는데요. 하나는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도입했다는 것, 그리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만들기 위해 특수 알루미늄 관 1백50t을 수입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이 문제를 이번에 깨끗이 털고 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이 지난 2001년까지 우라늄 농축을 위해 장비를 구입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는지 중단됐는지 파악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은 그 동안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미국 측에 자신들이 수입한 특수 알루미늄 관을 보여주면서 '민수용 물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파키스탄에서 들여온 원심분리기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까?

답) 관측통들은 일단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다'는 미국 측 주장이 신빙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측의 주장이 신빙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 몰래 핵 기술을 넘겨줬다'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을 행위인데요, 파키스탄의 최고 지도자에 이어 당사자인 칸 박사가 '내가 원심분리기를 넘겨줬다'고 말한 점을 볼 때 신빙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를 들여와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다고 해서 이 것을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건지요?

답)그렇지는 않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완성하려면 원심분리기를 6백대 정도 만들어서 이 것을 3년 정도 돌려야 하는데요, 북한이 이 정도 시설을 갖췄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관련 물질을 획득한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지난 2005년 2월 북한이 일부 장비는 도입했지만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대규모 공장 건설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칸 박사의 이번 증언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관련한 의혹이 새롭게 불거질까요?

답) 관측통들은 칸 박사의 이번 증언으로 농축 우라늄 문제가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지난 달 26일 핵 신고를 한 이래 워싱턴 조야에서는 '핵 신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는데요. 이번 칸 박사의 증언으로 북한이 농축 우라늄 문제를 계속 부인하면서 어물쩍 넘어가기가 한층 힘들어졌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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