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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 핵 진전에 맞춰 대북정책 점검해야 -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토론회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오늘 서울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비핵화의 속도차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어렵게 마련된 비핵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도 필요하다며, 6자회담의 진전에 맞춰 한국의 대북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4일 주최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현안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화두로 오른 것은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했던 신고 문제 타결로 북한 비핵화 3단계 진입이 현실화 됐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국방연구원 김태우 책임연구위원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과 사찰의 길은 열렸지만 영변 외 지역의 핵 시설과 핵무기가 여전히 의혹 대상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냉각탑 폭파와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핵 포기 의지'로 곧바로 연결시키긴 곤란하다며, "냉각탑은 이미 불능화 처리돼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하며, 영변 핵 시설 자체를 북한은 이미 용도가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궁극적인 핵 포기에 대해 경직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의 협상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연구위원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 핵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고 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미완'의 상태로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임기 말의 부시 행정부가 외교 업적을 남기기 위해 사실상 많은 무리수를 둬 가면서 대북 드라이브를 펴는 것은 정치적으로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채규철 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군과 승산 없는 재래식 군비경쟁을 추구하는 것보다 핵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만큼 소규모 핵무기를 한시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교수는 "북한의 핵 신고는 핵 폐기의 기초자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냉각탑 폭파는 북한이 더 이상 플루토늄 생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94년 제네바 합의체제를 넘어선 진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핵 신고서 제출은94년 제네바 합의에 비해 진전됐다고 봅니다. 제네바 합의에 따르면 과거 핵 활동의 검증은 경수로 건설 이후 핵심부품이 다 인도된 이후 하게 돼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 정권으로선 플루토늄과 원자로 가동 등 미래의 핵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봅니다.

북 핵 문제가 진전 조짐을 보임에 따라 비핵화를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새 정부의 이른바 '비핵 개방3천'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에 대해 "경직되게 운용해선 안되며 특히 전 정권이 추구해온 '햇볕정책'을 무조건 부정만 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비핵. 개방 3천' 구상과 함께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북측의 강한 반발 속에 7월 초 현재 북한과 당국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유환 교수는 "이 같은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경우 철저한 미-한 공조를 바탕으로 남북, 미-북 관계의 3각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도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록 가치동맹을 맺었지만 끝나는 부시 정부와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 간 정세에 관한 인식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대체적인 분석들이 차기 미 행정부 때 이명박 정부가 공조해서 북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비핵화 진전에 따라 미-북 관계 등 한반도 주변 상황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정부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미-한 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대미 관계에서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져 대미 영향력 약화가 역설적으로 대북 영향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북 핵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북 핵 선결 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인식은 비현실적이며,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 강화로 북 핵 문제와 남북관계 발전이 병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박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교수도 "6자회담의 진전에 맞춰 대북정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북, 북-일 관계가 진전될 경우 동북아 다자안보 논의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연구원 김태우 책임연구원은 "북 핵 문제와 6자회담에 얽힌 각국의 이해관계와 복잡한 정세 속에서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남북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핵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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