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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남북관계 경색 단기간에 풀리지 않을 듯’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이에 따른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미-북 관계 개선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 핵 협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단절 상태가 풀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요, 하지만 8월 베이징 올림픽과 북 핵 6자회담 재개 등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가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따듯한 봄바람이 될 수 있을까?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대다수의 의견은 '단기적으론 아니다'입니다.

백승주 한국 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은 미-북 관계가 개선되면 단기적으론 남북관계가 오히려 위축됐던 과거 경험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지금 미국과의 관계에서 식량 지원을 확보해 냈고 미국과의 관계가 진전되니까 남북관계, 또 정부 차원의 대화를 조속히 열어야 할 필요성 이런 부분은 좀 줄어들었다고 봐야 돼요, 이것은 이번만이 아니라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하나의 법칙입니다,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잘 되면 남북관계에 좀 소극적이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테러지원국 해제 등 조치 이후에도 남북 간 태도의 변화조짐을 찾아 볼 수 없다"며 "북한은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대남 전방위 공격을 하고 있고, 남한 정부도 모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남북 양측이 일종의 착각에 빠진 때문이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곧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거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남한 정부는 북한이 결국은 남한에 먼저 도움을 요청할 거다, 이런 각자의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서 우선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도 남북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남북관계 발전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대북제재 관련법이 다소 완화됨으로써 전략물자 등 북한으로의 반출가능 품목이 확대돼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까지 손을 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남북한 당국이 대화 재개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경색 국면은 거꾸로 그만큼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수석연구원입니다.

"민간교류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 간 교류에 대해서도 북쪽이 계속 사인을 보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6.15, 10.4 정신을 승계하라던가 하는 전제조건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남북 간 명분을 갖고 대화를 재개할 수 있고 정부 간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는 사인들이 계속 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보여져요."

이 때문에 조만간 재개될 북 핵 6자회담과 함께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과 8.15 행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입니다.

"2단계 6자회담이 완전히 이행이 되고 합의사항이 이행이 되면 여섯 개 나라가 외무장관 회담을 하도록 합의에 명시돼 있어요, 이런 것을 통해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남북 간 직접대화가 되는 것이거든요, 6자회담 틀 안에서, 특히 올림픽을 전후한, 또 그 때가 마침 8.15 행사가 겹치죠, 이럴 때 양쪽이 정부 간 차원의 대화 복원에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화 재개를 위해 먼저 제거해야 할 걸림돌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백승주 팀장은 6.15, 10.4 두 정상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존중의사 표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승주 팀장은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미 두 정상선언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과 행동을 보였다"며 "북-미 관계 개선으로 당장의 남북대화 필요성이 줄어든 북한이 이를 구실삼아 대화를 지연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고민은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등의 보수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남북협력 확대를 동시에 이루려는 데 있다"며 "이 같은 대북정책의 큰 틀이 변하지 않고선 현실적으로 남북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특히 명분과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한 정권의 속성상 6.15와 10.4 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다 명시적인 존중의사 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테러지원국 해제로 맞은 새로운 국면에서 남북관계의 경색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 하는 9월까지 계속된다면 자칫 북 핵 협상과 남북관계 두 측면에서 모두 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대선 체제에 들어감으로써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 현상과 맞물리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도 일정 수준까지만 그 동력을 유지할 것이고, 북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동력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선 남북관계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그 때까지 남북관계가 복원이 안되면 남북관계의 동력도 잃고 북 핵 진전의 동력을 잃는 양쪽을 다 잃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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