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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II ] 북한은 왜 테러지원국 해제를 원했나?


북한은 지난 1988년 이후 20년 만에 테러지원국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다른 현안에 앞서 우선적으로 강력히 요구해 왔는지,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1987년에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공중폭파 사건을 이유로 이듬 해인 1988년에 미국 국무부가 지정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후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른 각종 제재를 받아 온 북한은 6자회담을 비롯한 각종 회담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핵 신고를 위해 미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의회를 설득하려면 신고서에 어떤 내용을 더 담아야 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적극성을 보인 것은 테러지원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는 국제무대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워싱턴 아시아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게 되고, 그에 따라 다른 나라들과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테러지원국 해제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수순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워싱턴 해리티지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쟁취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로 간주했으며, 그것이 북한의 오랜 외교정책 목표였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 우드로 윌슨 센터의 이영종 연구원은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원한 이유는 체제안정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게 결국 자기네들이 체제를 인정받는 것이니까, 미국이나 일본 등으로부터 완벽하게 체제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부터 일단 벗어야죠."

이같은 정치적인 이유와 함께 북한이 지속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구한 것은 만성적인 경제난 해소를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후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국제금융기구의 차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차관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야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가입 자체가 원천 봉쇄됐습니다.

해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야만 국제금융기구들과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 개발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관들의 경제 지원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들의 기업들과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경제적 활로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도 북한에 대한 다른 많은 제재가 남아 있고, 국제금융기관이나 기업체들은 북한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북한과 사업 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재단의 스나이더 연구원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북한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환영받는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북한이 이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려면 앞으로도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6자회담에서의 핵 폐기 약속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한편 적극적인 시장경제 개혁 노력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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