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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이후 미국의 대북 조치

  • 김연호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중단한 후 미-북 관계가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될 경우 국제금융기구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이를 위해서는 경제 상황의 투명한 공개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미국은 지난 '90년대 말 북한에 대한 무역 규제를 대부분 해제했기 때문에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로 인한 추가 효과는 미미할 전망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혜택은 국제금융기구에의 접근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국제통화기금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지원을 반대했습니다. 미국의 국제금융제도법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Act)상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반대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은행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이같은 반대 때문에 그동안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지원은 물론이고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조차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이제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기로 한 만큼 국제금융기구가 대규모 대북 투자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Marcus Noland) 연구원은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으려면 국제금융기구에 먼저 가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경제 상황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면 미국 해외원조법 (Foreign Assistance Act)상의 규제도 풀리게 됩니다.

미국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 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미국의 해외원조법상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에는 개발지원 자금이나 경제원조가 들어갈 수 없으나,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면 이같은 법적 제약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경제개방에 나서고 인권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의회가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북한 개성공단으로의 물자와 장비 반입을 더 쉽게 할 전망입니다. 미국 수출관리법 (Export Administration Act)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에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을 수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고, 전략물자 수출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다뤄 온 딕 낸토 (Dick Nanto) 박사는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되면, 전략물자 수출에 관한 제약이 풀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술이 들어간 물자와 장비를 개성공단에 반입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낸토 박사는 그러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물자와 장비의 개성공단 반입은 어디까지나 미국 상무부가 사안별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적성국 교역법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적성국 교역법에서 규정한 북한과의 금융거래 금지 조치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러나 26일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지난 2000년 6월16일 이후 동결된 모든 북한 자산을 계속 동결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 (USIP)에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연구하고 있는 존 박 (John Park) 박사는 이밖에도 북한의 불법행위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미국 내 북한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여전히 많이 있으며, 애국법 311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와 관련해 더 큰 관심사는 미국과 북한의 무역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입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99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선언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과의 수출입 업무를 민수용 제품에 한해 사전허가 조건으로 허용했습니다. 따라서 적성국 교역법의 적용 해제로 북한이 미국과의 무역관계에서 추가적으로 혜택을 받을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Marcus Noland)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 정상적인 무역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 높은 관세를 계속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경우 북한 상품이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수출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베트남과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때, 미국과 정상적인 무역관계를 맺으려면 북한은 먼저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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