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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I ]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의미

  • 최원기

북한이 오늘 핵 신고서를 공식 제출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 정부는 20년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가 반 세기에 걸친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테러지원국 해제의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26일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 적용에서 해제한 것은 58년만이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20년만의 일입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코리어 소사이어티 회장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북 양국이 반 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에반스 리비어 회장은 핵 문제를 둘러싸고 어려웠던 미-북 관계를 감안할 때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북 관계의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회장은 북한 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갈 경우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조만간 미-북 간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회장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조만간 연락사무소 설치 등 양국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

리비어 회장은 또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국과 북한 간에 한층 더 활발한 인적, 문화적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는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 대상으로 묶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 1987년 동남아 상공에서 대항항공 여객기를 폭파하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지난50년 간 미국과 경제적 교류는 물론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경제발전에 필요한 차관을 얻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됨으로써 북한은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구재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구재희 박사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는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의 미-북 관계 발전 속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조심스런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핵 신고의 내용과 검증에 대한 협력 여부, 그리고 비핵화 3단계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미-북 관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돈 오버도퍼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북한 핵 신고의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이 보기에 만족할만한 내용의 핵 신고를 했다면 미-북 관계가 진전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황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 신고 내용이라며, 북한이 성실한 핵 신고를 했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미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한 간에 이뤄진 커다란 정치적 흥정의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기 때문에 양측이 테러지원국 해제와 핵 신고를 맞바꿨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북 간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정상화로 가는 출발점이긴 하지만, 다소 `불안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비핵화 3단계에서 검증과 핵 폐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미-북 관계는 반 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끝내고 국교정상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3단계에서 검증 등 핵 문제가 삐끗할 경우 미-북 관계의 진전은 다시 한번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양자 관계가 자칫 과거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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