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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시진핑 면담 어떻게 봐야 하나

  • 최원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제 평양에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나 북 핵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시진핑 부주석의 면담이 현안인 북한의 핵 신고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8일 평양에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났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시진핑 부주석은 이날 면담에서 중국의 지진 사태와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북-중 관계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 관영 중앙 텔레비전에 따르면 시진핑 부주석은 “현재 6자회담이 잠시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나 앞으로 매진해야 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진핑 부주석은 “관계국들과 함께 노력해서 이른 시일 내에 북한 핵 문제 2단계 행동 조치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6자회담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북한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시진핑 부주석은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이 곡절이 있었지만 중대한 협의와 공통의 인식을 달성했다”며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중국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핵 문제와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과 시진핑 부주석이 나눈 얘기는 중국이 완곡한 어조로 북한에 조속한 핵 신고를 촉구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가 마무리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시진핑 면담을 핵 문제에 국한해 보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좁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북-중 관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팡종잉 박사는 시진핑의 북한 방문은 북-중 관계 회복과 함께 김정일과 개인적인 안면을 트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팡종잉 박사는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것은 핵 문제 해결보다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차세대 지도자로서 김정일과 친분을 맺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냉각됐던 북-중 관계는 이번 시진핑 부주석의 북한 방문으로 회복되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차세대 지도자인 시진핑의 첫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함으로써 베이징 지도부가 북한을 외교적으로 중요시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17일 시진핑 부주석이 평양에 도착하자 최고인민회의 양형섭 부위원장이 공항에서 부주석 일행을 직접 영접하는가 하면, 의장대 사열을 받게 해 사실상 국가정상급에 해당하는 의전을 베풀었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시진핑 부주석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핵 문제 사령탑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노동당 국제부장 출신으로 중국통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배석시켜 중국과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정일 위원장과 시진핑 부주석 간의 대화는 핵 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번 면담이 북한의 핵 신고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시진핑 방북이 핵 신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이 예의 바르게 북한에 핵 신고를 종용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정치, 경제적 보상이 없을 경우 핵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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