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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통일부 장관 회고록 ‘위기시 남북한 핫라인 활용’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외교안보통일 특보 등을 지내면서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임동원 씨가 ‘피스메이커-남북관계와 북 핵 문제 20년’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습니다. 임 전 장관은 이번 회고록에서 남북한은 대북 특사 파견, 서해교전 등 남북관계의 고비 때마다 2000년 개설된 ‘핫라인(비상연락망)’을활용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 시절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회고록을 펴냈습니다.

임 전 장관은 한국의 ‘피스메이커-남북관계와 북 핵 문제 20년’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남북정상 간에 핫라인 활용 사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에 대해 공개했습니다.

임 전 장관은 남북한은 2000년 정상회담을 통해 ‘핫라인(비상연락망)’을 개설하고 이를 대북 특사 파견과 서해교전 등 남북관계의 고비 때마다 활용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임 전 장관은 특히 서해교전 직후 북측은 핫라인을 통해 “아랫 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건이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고, 남측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보장하라”고 회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임 전 장관은 이어 “양정상간의 비상연락망은 국민의 정부 마지막 날까지 유지되면서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서 “핫라인 개설이야말로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임동원 전 장관은 또 회고록에서 미국이 2002년 8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을 한국 정부에 제기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2002년 10월7일 미국의 정보요원 3명이 내한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동향’을 한국 측에 설명하면서, 북한은 파키스탄형의 원심분리기를 만들기 위한 알루미늄관 등 자재를 이미 확보했으며,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04년 후반부터 연간 2∼3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 전 장관은 한국은 “그동안 한-미 정보기관이 계속 긴밀하게 정보협력을 해왔는데, 아직은 특이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 임동원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2002년 4월 특사로 방북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국 답방을 요구하자 김 위원장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러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던 비화도 소개했습니다.

임 전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과 관련해 “남쪽의 한나라당과 우익세력이 6.25전쟁에 대해 사죄하라,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을 사죄하라” 면서 “이들이 방문 반대와 반북 분위기를 조성하며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판에 내가 서울에 가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어 “제3국에서 만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며 시베리아 이르쿠츠클 제시하면서 “필요하다면 러시아 대통령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시베리아 철도 연결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임 전장관은 밝혔습니다.

이 같은 제의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중한 검토 끝에 결국 수용불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해 우방국의 오해를 살 수 있고, 또 김 위원장이 남쪽 땅에 와야 답방의 의미가 있게 된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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