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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만난 미-북 핵 협상

  • 최원기

북한 핵 문제가 난기류를 만났습니다. 당초 이 달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6자회담은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다가는 비핵화 2단계도 완료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북한 간 핵 협상이 이상기류를 만났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협상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달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습니다.

당초 힐 차관보의 목표는 핵 신고를 비롯한 세부일정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이틀에 걸친 김계관 부상과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핵 신고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베이징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한미경제연구소의 잭 프리처드 소장은 지난 4일, “미국과 북한이 서로 핵 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를 먼저 하라고 떠밀다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프리처드 소장은 지난 달 22일부터 닷새 간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났습니다.

프리처드 소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가 주도해 온 미-북 핵 협상이 이상기류를 만난 것은 분명하다고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말했습니다.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 핵 문제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게 워싱턴의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핵 문제가 멈칫한 배경에는 ‘검증’과 ‘시간’이라는 2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신고를 받고 이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미국의 그레고리 슐테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대사는 지난 4일 열린 IAEA 이사회에서, “북한 핵 시설 방문은 물론 검증 장비 설치와 시료 채취, 핵 문서 확보, 핵 과학자 면담 등 철저한 검증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거 연구원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은 몰라도 그밖의 지역이나 시설에 대한 검증과 사찰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거 연구원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이외 지역에 대한 검증과 사찰을 허용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영변 핵 시설에 국한된 검증은 북한 핵 문제의 ‘반쪽’짜리 해결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플루토늄, 농축 우라늄, 핵 확산 등 3가지 문제를 검증해 폐기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플루토늄에 국한해 신고를 받을 경우 미국은 나머지 농축 우라늄과 핵 확산 문제를 비핵화 3단계에서 검증하거나 폐기할 명분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또 다른 요인은 ‘시간’입니다. 북한이 이 달 하순에 핵 신고를 하고,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키로 결정했다고 해도 실제로 이 조치가 발효되려면 45일이 걸립니다. 이는 아무리 빨리 미국이 조치를 취해도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것은 8월에나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8월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면 미국은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국내외 정책에서 부시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고, 대북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힘도 잃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헤리티지재단의 클링거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2단계도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거 연구원은 한달 전에만 해도 비핵화 2단계를 마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다소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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