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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간인이 일제 시절 한국인 강제징집 전사자 명부 확인


최근 한 평범한 일본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의해 군인이나 군속으로 강제동원됐다가 전사한 한국인 2만 수천 명의 명부를 완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도쿄 현지를 연결해 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문: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집됐다가 전사한 한국인 군인이나 군속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확히 정리된 자료가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에 전사자 명부를 만든 일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도쿄도 다치카와시에 사는 66살의 전직 학원 강사 기쿠치 히데아키 씨인데요, 그가 완성한 전사자 명부를 보면 식민지 시절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언제 어디에서 사망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니다. 기쿠치 씨는 앞으로 이 자료에 해설을 곁들여서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옛 일본군 전사자의 명부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보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가족 외에는 열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선인 전사자만을 제대로 정리한 명부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기쿠치 씨는 일본 외무성이 1971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구 일본군 재적 조선인 사망자 연명부’를 한국의 국립대와 관련 유족회 등에서 복사한 뒤에 사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름과 사망일시, 장소, 소속, 출신지별로 일일이 분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일본이 한국 정부에 전달한 명부는 특별한 순서 없이 손으로 작성한 것이어서 중복이나 누락된 부분이 적지 않았는데요, 그가 이를 일일이 정리해 컴퓨터에 입력한 것입니다.

문: 태평양전쟁에서 사망한 한국인 전사자를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 정리했다고 하니까 더 관심이 가는데요, 기쿠치 씨가 그런 명부를 만들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기쿠치 씨가 명부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1993년께라고 합니다. 당시 일본군위안부 피해 한국 여성이 제기한 피해보상 청구 재판에서 끝없이 이어진 이름의 전사자들이 모두 20대 젊은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대학을 나와 취직해서 불편 없이 살고 있는 자기 처지와 비교해 보니 가슴이 아팠다”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었는지를 한 사람씩 정리하다 보면 전쟁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의 이같은 노력으로 영원히 묻힐 뻔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명부를 정리하던 중 대부분 경상남도 출신인 1백13명의 조선인이 모두 1945년 3월10일 도쿄의 한 해군 숙사에서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기쿠치 씨는 이들이 미군의 도쿄대공습에 희생됐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6년 겨울 한국 출신 강제동원자의 가족으로 구성된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에 완성 직전인 명부를 넘겨줬고 이 명부 덕분에 몇몇 유족이 육친의 소식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문: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됐다가 전사한 한국인의 수가 2만 수천 명이라고 하는데요, 그럼 당시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강제동원됐던 것인가요. 또 그들에 대해선 어떤 보상이 이뤄지고 있나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으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 군인과 군속은 모두 24만3천9백92명이고요, 이 중 약 2만2천 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사실 이들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들의 피해실태 조사가 한국 정부 차원에서 실시된 것은 1975년이었는데요, 당시 한국 정부는 신고한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에 대해 1인당 30만원 씩의 피해보상을 했습니다. 이는 1965년 6월에 체결된 한일협정에 따른 것인데요, 당시 한국 정부는 무상 3억 달러,유상 2억 달러,상업차관 3억 달러를 일본으로부터 받는 대신 군인·군속·노무·위안부 등으로 끌려가 희생당했거나 이들이 받지 못한 임금 등 각종 피해에 대한 개인청구권은 포기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으로부터 미불임금 등 개인적으로 받을 수 있는 피해액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문: 그와 관련해서 태평양전쟁 범죄자 재판에서 전범판결을 받아 처벌됐던 한국인 등 외국인에 대해 일본 정부가 보상금을 지금하는 법안이 최근 일본 국회에 제출됐다고요.

그렇습니다. 일제 패망 후 태평양전쟁 범죄자 재판에서 B·C급 전범 판결을 받아서 처벌됐던 한반도와 대만 출신자에게 1인당 3백만 엔, 한국 돈으로 3천여 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일본 중의원에 지난달 말 제출됐습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인데요, 민주당은 전범재판에서 ‘일본인’으로 분류돼 처벌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이들 대상자에게 보상을 할 수 있는 이 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입니다.

이 법안은 한반도 출신 1백48명과 대만 출신 1백73명 등 총 3백21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요, 피해자 본인이 사망했을 경우엔 그 유족이 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일본인 B·C급 전범과 유족에 대해서는 원호법 등에 의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한반도와 대만에서 강제동원돼 동남아 등지에서 포로수용소 감시원 등으로 일했던 전범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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