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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UNDP, 북한 자금 사용처 몰랐다’


북한이 유엔개발계획 UNDP의 북한 내 사업자금을 전용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해 온 유엔 외부의 독립조사단이 어제 (2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단은 북한이 UNDP의 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UNDP가 모르고 있었으며, 알 방법도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손지흔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이번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UNDP의 대북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 불거져나왔던 지난 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가볼까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죠?

답: 네, 북한이 UNDP의 대북 사업자금을 전용했다는 의혹은 지난 해 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신문이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의 자료를 인용해 처음 제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회계감사단 (UN Board of Auditors)은 유엔 산하기구들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감사 결과, UNDP를 포함한 유엔 기구들이 북한 정부를 통해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유엔의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같은 감사결과가 나온 지 얼마 안돼 미국은 새로운 의혹들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UNDP 자금을 이용해 해외 부동산과 군수물자로 이중 활용될 수 있는 장비 등을 구입했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UNDP대북 사업자금 전용 의혹을 최초로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보복해고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었습니다. 또 미국 의회 상원의 한 소위원회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북한이 UNDP의 전용 계좌를 이용해 수백만 달러를 해외로 불법송금했다고 밝히는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UNDP는 급기야 지난 해 9월, 헝가리의 미클로스 네메스 (Miklos Nemeth) 전 총리가 이끄는 3인 독립 외부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여왔습니다.

: 이번 보고서는 당초 지난 해 말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그동안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어제 (2일) 발표됐죠?

답: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무려 3백53쪽에 달하고요,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UNDP의 대북 사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에서 금융기록들을 포함한 방대한 양의 문서를 검토했으며 70명이 넘는 전.현직 UNDP 직원들과 다른 유엔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혔습니다.

UNDP의 케말 더비스 (Kemal Dervis) 총재는 2일 뉴욕에서 보고서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더비스 총재는 “보고서 내용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제기돼온 모든 주장들은 크게 과장됐거나 오해나 좋지 않은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말했습니다.

: 그동안 많은 의혹들이 있었는데요. 이번 보고서가 사안별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하나씩 짚어볼까요?

답: 먼저, 유엔주재 미국대표부는 UNDP가 지난 2001년에서 2005년 사이에 약 7백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UNDP가 1999년부터 2007년까지38만 달러 가량만 지급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돈세탁 의혹도 제기했었습니다. 북한이 UNDP 자금2백 72만 달러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과 북한 정부와 긴밀히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회사 ‘국제금융무역 합작회사 (IFTJ)'로 차례로 송금한 뒤 해외로 빼돌렸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UNDP가 북한 내 현지 직원들의 임금 명목으로 5만 2천 달러 가량을 마카오의 ‘장록무역’이라는 회사에 지급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 회사는 미국 법률에 의해 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판매하기 위한 북측 금융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지목된 회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었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혐의들을 확인하면서도 UNDP가 문제의 금융 거래들이나 금융기관들 간의 관계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알 방법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UNDP의 내부고발자죠, 아트존 스크루타지 (Artjon Shkurtaj) 씨가 북한 내 불법활동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해고 당했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스크루타지 씨의 주장들이 근거가 없는 것 (without merit)으로 결론짓고, 계약직 컨설턴트, 즉 고문이었던 스크루타지 씨는 해고된 게 아니라 고용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스크루타지 씨는 정규직 자리에 몇 번 지원했으나 매번 자격미달로 뽑히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밖에도, UNDP가 평양사무소 금고에 3천5백 달러 상당의 달러화 위조지폐를 11년 동안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었죠?

답: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 있어서 UNDP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주의가 부족했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관한 더비스 UNDP총재의 말입니다.

더비스 총재는 “3천5백 달러는 사용이 불가능한 손상된 (defaced) 지폐들이었으며 당시 유통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더비스 총재는 그러나 UNDP평양사무소장이 이 문제를 본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던 것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 끝으로, UNDP는 지난 해 3월에 북한 내 활동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앞으로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 있습니까?

답: 더비스 총재는 UNDP 이사회가 당초 대북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듯이 활동 재개 여부도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비스 총재는 북한은 기능하는 방식이나 내부 활동규정들이 “매우 특별”해서 다른 일반 나라들에 비해 활동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네메스 전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독립 외부조사단은 이달 하순께 UNDP 이사회에 보고서 내용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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