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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전 총리, 1993년 북한에 우라늄 농축 자료 전달'

  • 최원기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미-북 간 협상에서 검증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계획과 관련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주목됩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전한 파키스탄과 북한 간 우라늄 농축 협력 의혹을 최원기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지난 1993년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자료를 직접 넘겼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1일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 언론인 ‘시암 바티아’씨가 지난 2003년에 있었던 부토 전 총리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펴낸 책 ‘안녕, 부토 총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습니다.

바티아 씨는 이 책에서 부토 전 총리가 지난 2003년 자신과의 인터뷰에서 “죽기 전에는 밝히지 않기로 약속했던, 아주 중요한 비밀을 말했다”며, 부토 전 총리가 북한에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 자료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부토 전 총리는 인터뷰 도중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주겠다”면서 바티아 씨에게 녹음기를 끄도록 한 뒤 북한과 미사일 기술 거래를 위해 핵 관련 자료를 북한에 넘겨주도록 군부로부터 요청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파키스탄은 숙적인 인도의 미사일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기술이 절실했었습니다.

바티아 씨는 “부토 전 총리가 북한 방문을 위해 파키스탄을 떠나기 전에 북한이 원하는 우라늄 농축 자료를 담은 CD들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가 깊은 오버코트를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부토 전 총리는 그러나 몇 장의 CD를 북한에 넘겨줬고, 누구에게 이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바티아 씨는 덧붙였습니다.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A.Q 칸 박사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도왔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제시된 적은 있지만 이 거래에 파키스탄의 전 총리가 개입됐다는 주장은 처음 나온 것입니다.

특히 바티아 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개발을 추진해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며 지난 1994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합의 무효화를 선언,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추진이 처음으로 드러났습니다.

바티아 씨의 저서 내용에 대해 핵 전문가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이미 지난 1980년 말에 우라늄 농축용 장비 구매 움직임이 있었다며, "타당성이 있는 얘기"라고 평가했다고 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국제정책센터(CIP)의 셀리그 해리슨 선임 연구원도 바티아 씨의 저서를 읽었다면서, 바티아 씨가 부토 전 총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신뢰할 수 있다며 "그는 부토 전 총리를 잘 알고, 명성있는 언론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 측은 바티아 씨의 주장에 대해 "어처구니 없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며 논평할 가치 조차 없다"고 밝혔다고 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부토 전 총리는 지난 해 12월 총선 유세를 벌이던 중 사망해 지금도 암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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