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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다룬 영화, 공연물 등 제작 잇따라


북한주민들과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와 책, 공연물들이 미국과 한국에서 잇따라 선을 보이거나 제작 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권 운동가들은 일반인들에게 큰 파급효과를 갖는 이런 매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 실상에 관심을 갖길 희망하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 곳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북한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 고립된 왕국(Hermit Kingdom)아닙니까? 그 만큼 은둔에 싸여 있는 나라란 의미일 텐데, 북한주민을 다룬 영화와 책들이 요즘 자주 나오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을 고립된 나라라고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북한 내 정치, 인권 실태 등이 어떤지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진행자께서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구글에 북한, 즉 North Korea 란 단어를 치면 얼마나 많은 정보가 나올 것 같습니까?

문: 글쎄요. 한국은 세계 12대 경제국이니까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북한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답: 놀라지 마십시요. 북한에 대해 자그만치 6천 2백만 개 이상의 정보가 뜹니다. 한국은 1억 1천만 개 이상으로 두 배 가량 많습니다. 물론 이런 정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겹치거나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찾고자 하는 북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 국무부의 존 메릴 정보분석관처럼 “북한이 더 이상 꽉 막혀 있는 나라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보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북한, 특히 북한주민들의 참혹한 삶에 대해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이란 지적이 높습니다.그런데 올들어 영화와 책들이 과거 보다 크게 봇물을 이루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 어떤 작품들이 대중들에 선을 보였습니까?

답: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저희가 이미 여러 번 소개해드렸던 영화 ‘크로싱’ 입니다. 미국과 한국 합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북한주민들의 참혹한 실상과 탈북자들의 눈물 나는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해 만든 최초의 영화입니다. 한국에서 6월 26일 개봉하고 미국에서도 현재 배급사를 물색 중입니다. ‘크로싱’ 이 탈북자의 탈출 이야기를 다룬 최초의 영화라면, 내년 여름쯤 개봉될 예정인 ‘평양의 어항’(가제) 은 북한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실상을 처음으로 영화에 담은 것입니다. 북한 요덕 관리소 출신 탈북자 강철환 씨의 자전적 수기인 ‘평양의 어항’을 각색해 현재 미국과 한국 합작으로 영화가 제작 중인데요. 이 책은 이미 200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책 베스트 100편에 올랐고, 세계 11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적지 않은 관심을 끌기도 했었습니다. 영화 제작에 미화 1천 8백만 달러가 투입된다고 하니까 규모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문: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한국과 미국에서 공연돼 눈길을 끌었는데, 이제 이런 분위기가 영상물로 옮겨지는 분위기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극영화 뿐 아니라 다큐멘타리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는데요. 한국 ‘조선일보’가 탈북여성들의 인신매매, 조-중 국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밀매 현장 등을 직접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가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 방송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9일부터는 영국 ‘BBC’ 방송을 통해 장시간 소개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일부 방송이 방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가 체포돼 4년 이상의 옥고를 치룬 미주 한인 스티브 김 씨의 이야기가 역시 미국 전문 다큐영화사를 통해 제작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시절 위험을 무릅쓰고 유대인들의 탈출을 도운 독일인 쉰들러 씨처럼 북한판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인데요. 이제 거의 제작이 완료돼 베이징 올림픽 개막 전에 첫 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문: 지난 달에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 때 참석한 스티브 김 씨에게 3명의 카메라맨이 계속 붙어다니는 것을 봤는데, 그 게 다큐멘타리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었군요. 그런데 영상물 외에 책들도 미국에서 출간되고 있다구요?

답: 네, 언론인 출신의 작가 제프 탈라리고 씨가 쓴 ‘심마니’(The Ginseng Hunter) 와 호프 폴린치바흐 씨가 쓴 ‘나는 강을 건널 것이다’ (I’ll Cross the River) 가 지난 4월에 연속으로 선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심마니’는 북.중 국경지대에 사는 조선족 심마니가 인신매매를 통해 매춘부로 팔린 북한 여성을 만나 마음을 열고 탈북자를 돕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강을 건널 것이다’는 한 탈북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강제북송과 고문 등 북한 내 다양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 올들어 이렇게 북한주민들의 삶을 다룬 영화나 책들이 미국에서 선을 보이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 북한 인권 문제가 이제 소수 정치가나 인권 운동가, 종교 단체의 틀에서 대중 안으로 들어가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불과 수 년전, 그러니까 워싱턴에서 북한자유주간이 처음 열리고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2004년 안팎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꾸준하게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면서 영화제작사와 작가, 예술가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러 검토와 준비 끝에 영화와 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크로싱’의 제작자인 패트릭 최 씨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4년 전 북한 인권 문제를 처음 접하고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고, 앞서 말씀 드린 두 책의 저자 역시 북한자유주간과 여러 인권 관련 행사와 영상물을 통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로서는 이런 분위기를 상당히 반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런 대중성이 큰 영화나 책들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가 미국과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제대로 알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인권 문제는 수단 다르푸르나 다른 지역의 인권 문제에 비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워싱턴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존스홉킨스대학의 구재회 교수는 과거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다르푸르처럼 북한에 직접 들어가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촬영해 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유명 연예인들이 요즘에는 친선,홍보 대사로 인권과 식량 상황이 열악한 나라에 들어가 현지인들을 돕고, 그런 모습이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상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다르푸르의 경우 미남 인기배우인 조지 클루니가 아예 아버지와 함께 현지 참상을 다룬 다큐멘타리까지 발표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탈북자들의 증언이 풍부하고, 비밀리에 촬영한 영상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이런 자료를 토대로 영화가 제작되고 책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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