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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기술회의, 검증 범위가 쟁점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에 앞서 열릴 예정인 미-북 간 기술 전문가회의에서는 북한이 미국 측에 검증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난 뒤, 다음 달 초에 북한의 핵 신고 검증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 작업의 핵심은 북한이 생산하고 분리해 낸 플루토늄의 양을 밝히는 것이라고 워싱턴에 소재한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이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분리된 플루토늄은 핵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총량만 알면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조만간 열릴 미-북 간 “기술회의에서 나오는 논의들은 미국의 그같은 계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수치의 정확성에 대한 확신을 더해줄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동안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북한이 40~50 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30 킬로그램 정도만 추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영변 핵 시설의 “가동일지를 이용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과 분리 추정치를 계산한 뒤 북한이 앞으로 제출할 핵 신고서와 비교해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나 가동일지도 중요하지만 검증을 위해서는 북한 과학자들과 원자로 운영자 등을 면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검증 작업의 기준을 세워놓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검증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미국 ‘외교협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게리 세이모어 (Gary Samore) 부회장은 미국은 영변 핵 시설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증하기를 원한다며, 시료 채취 없이는 검증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은 과거 국제 사찰단의 시료 채취를 거부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이번에는 그같은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이번 검증에는 북한이 과거에 비해 협조를 잘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이미 30 킬로그램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밝혔고, 지난 2006년 핵실험을 통해 핵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과거 계획들에 대해 그만큼 숨길 게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세이모어 부회장의 주장입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8일,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에 앞서 앞으로 2~3주 안에 미-북 기술 전문가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이 임박했다는 관측과는 달리 힐 차관보는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영변 가동일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초기 질문들이 많이 생겼을 것”이라며 “기술회의 개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계산착오가 없도록 지금부터 궁금한 점들을 북한 측에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이룬 잠정합의와 관련,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는 어디까지나 잠정합의였고 국제원자력기구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에 대해서는 ‘간접시인’ 형식으로만 신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이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단기적으로 간접시인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나중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핵 확산 문제를 다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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