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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드라마의 두 주인공: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

  • 최원기

북 핵 6자회담의 미국과 북한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다음 주 베이징에서 또 한 차례 만나 핵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 핵 협상의 두 주역인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핵 문제의 중대 고비길마다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왔는지 살펴봅니다.

진행자: 최원기 기자,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한 핵 문제를 끌어가는 두 명의 주인공이 아닙니까. 두 사람이 처음으로 양자회동을 한 게 언제였습니까?

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 간의 첫 양자회동은 지난 200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북 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석달 전에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고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제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외교적 관례를 깨고 독일 베를린에서 김 부상과 단 둘이 만나 핵 문제 해법에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합의는 한달 뒤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나온 2.13합의의 모체가 됐습니다.

진행자: 2.13 합의는 북 핵 문제 해결의 청사진에 해당되는 중요한 합의인데, 그 내용을 좀 설명해 주시죠?

최) 2.13 합의란 앞서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베를린에서 만나 합의한 내용을 6자회담 합의문이라는 포장지에 담은 것입니다. 2.13 합의는 크게 3가지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우선 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따라 60일 내에 핵 시설을 불능화 하기로 했습니다. 또 6자회담 산하에 5개 실무그룹을 설치하고, 북한에 불능화 대가로 중유 1백만t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6자회담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먼저 회동한 다음에 그 결과를 추인하는 구조가 된 게 이 때부터 시작된 셈이군요. 그 후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김 부상을 만났죠?

최)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2.13합의를 이뤘지만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자금 문제 때문에 합의를 실천에 옮기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요. 그로부터 넉달 뒤에 BDA 문제가 가까스로 풀리자 힐 차관보는 6월17일 평양을 방문해 김 부상과 다시 얼굴을 맞댔습니다.

진행자: 힐 차관보와 김 부상 간의 베를린 회동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1단계의 실마리가 잡혔는데, 비핵화 2단계는 어떻게 합의됐습니까?

최)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도 지난 해 9월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양자회동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됐습니다. 두 사람은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와 미국대표부를 오가며 장시간 회동한 끝에 일련의 주고받기식 해법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북한은 연말까지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미국은 북한의 행동에 발맞춰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중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한달 뒤 만나 이같은 합의 내용을 문서화 했는데요, 바로 이것이 10.3합의입니다.

사회) 북한 핵 문제는 1단계에서는 BDA라는 큰 걸림돌을 만났는데, 2단계에서는 어땠나요?

최) 2단계의 최대 걸림돌은 ‘핵 신고’였습니다. 10.3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해 12월31일까지 핵 신고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정치적 보상은 하지 않은 채 핵 신고만 하라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을 해명하는 것도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중유 지원 같은 경제적 보상이 늦어지는 것에도 불만이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지난 해 연말로 합의됐던 핵 신고시한을 넘겼고, 그 후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넉달 이상 계속됐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핵 신고를 해라, 못하겠다’며 교착 상태가 계속되자, 해결사로 나선 것도 역시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었죠?

최)그렇습니다.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길어지자 두 사람은 지난 4월 8일, 이번에는 싱가포르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이 만남에서 일련의 주고 받기식 해법을 도출했습니다. 이 것이 바로 언론이 ‘미-북 싱가포르 잠정 합의’라고 부르는 것인데요, 이 해법의 핵심은 핵 신고 문제와 북한에 대한 정치적 보상 문제를 하나로 묶어서 동시에 처리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다음 주 베이징에서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두 사람이 이번에는 어떤 문제를 논의할까요?

최)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베이징에서 만나 핵 신고와 함께 검증 등 비핵화 3단계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일정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중국에 내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그 후 베이징에서 6자회담 예비 회담을 열어 앞으로의 일정을 협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힐 차관보는 김 부상을 만나 핵 신고 문제를 최종 마무리하는 한편 비핵화 3단계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북한 핵 문제를 여기까지 끌어 왔는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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