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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이 휩쓴 제11차 평양 국제 상품전람회


북한이 경제발전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는 최근 제11차 국제상품전람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를 둘러본 한국 측 관계자들은 중국산 제품이 북한을 휩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국제상품전람회가 열렸습니다. 평양의 서성구역 3대혁명 전시관에서 열린 이번 전람회에는 북한의 기업소와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등 14개국에서 2백여개 기업이 참가했습니다.

전람회를 참관하고 돌아온 한국 고려대학교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연철 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중국 기업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2백여 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80여 개가 중국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회사인 ‘하이얼’은 행사장 입구에 커다란 전시장을 세우고 텔레비전과 냉장고, 컴퓨터 등 자사 제품을 홍보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취재했던 한국 `중앙일보'의 채병건 기자도 중국 업체들이 전람회를 사실상 주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경제는 지난 2006년 10월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 측 인사들은 방북기간 중 북한 당국이 나름대로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2년 전 서해 갑문과 남포의 배 수리 공장을 방문했던 고려대 김연철 교수는 과거에 비해 배 수리 작업량도 많아졌고 설비도 늘어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김연철 교수는 배 수리 공장이 본격화 되려면 중앙 정부가 나서서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배 수리로 돈을 벌려면 큰 배를 유치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서해 갑문 시설로는 5만t이하의 작은 배만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측 행사 참관자들은 또 북한 당국이 공장, 기업소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조심스럽게 도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채병건 기자는 자신이 남포의 배 수리 공장을 둘러보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상금 98만원을 지급했다’는 표를 봤다며, 이는 북한이 자본주의적인 ‘성과급’제도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최근 평양 중심부의 ‘유경호텔’ 공사를 재개했다고 김연철 교수는 전했습니다. 유경호텔은 105층 높이로 지난 1990년대 초 건설이 시작됐지만 자금난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이집트 기업의 도움으로 공사가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자들은 식량 사정과 관련해, 지난 해 8~9월에 발생한 홍수로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고 김연철 교수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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