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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전문가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유연해져야'


한국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이른바 ‘비핵 개방 3000’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이 앞으로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주최로 오늘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가 순조롭게 진전을 이루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으로 자칫 남북관계는 물론 외교적 입지까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변화하는 미-북 관계에 맞춰, 한국의 대북정책도 엄격한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22일 주관한 토론회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남북관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가장 먼저 논제로 오른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비핵 개방 3천 구상’으로,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에 나설 경우, 북한주민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개월 간 정부의 대북정책은 구호만 있었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며 “남북관계를 ‘외교’의 하위범주에 넣음으로써 남북 간 대화 통로가 사실상 차단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비핵 개방 3천 구상’을 “북한이 움직여야 비로소 가동되는 수동적인 정책”이라며, “선 핵 폐기를 주창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9.19 공동성명이나 2.13 북 핵 합의에서 강조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선 핵 폐기 요구는 사실은 10.3 합의 등에서 이뤄진 동시행동 원칙에 기반을 둔, 공약대 공약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남북 간 관계에 신뢰상실을 가져왔고 현재 고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봅니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교수도 “북한주민의 국민소득이 10년 이내에 3천 달러가 되기 위해선 연간 성장률이 20% 이상이 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이는 한국이나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전혀 근거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 발전한 한국만 하더라도 연평균 성장률이 17%가 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껏해야 10% 대 초반으로 '60년 중 후반 정도에 있었던 것이 전부입니다. 비현실적인 통계입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발전적인 남북관계의 이상을 보여주는 실천전략”이라며 “이념과 한반도라는 좁은 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백승주 연구위원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지금까지의 대북정책 궤도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 정부의 입지가 점차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홍익표 전문연구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6자회담의 틀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미-한 동맹의 부활은 중국 정부를 자극할 소지가 있어 외교적 마찰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홍 위원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만 집중하지 말고 융통성 있고 실용적인 외교정책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김연철 교수도 “북한이 이른바 ‘통미봉남’ 기조를 이어가며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만을 염두에 둔 경직된 대북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핵 신고와 맞물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식량 지원까지 확보한 만큼, 통미봉남을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백승주 연구위원은 “미-북 관계 개선은 현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며 “다만 통미봉남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자칫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논리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미-북 관계가 개선되니깐 이에 너무 많은 이론과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하나의 논거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북 관계 개선 정상화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 목표였습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북 식량 지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건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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