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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명박 대통령, 쇠고기 협상 파문 국민에 사과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한국 내 광우병 논란과, 취임 초기 국정수행 과정에서의 혼선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미-한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국민 담화문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87일만에 처음 발표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정 혼선의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께 다가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입니다. 저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결정적 배경은 지난 4월 18일 미국과 한국이 합의한 쇠고기 협상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5년 간 수입을 금지했던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전면 수입키로 미국과 합의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산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한국 국민들 사이에 다시 퍼지면서 재협상 여론이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수천에서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서 촛불시위를 계속했습니다. 쇠고기 협상 파문은 일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의 부적절한 인사,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 추진 논란,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과서 표기 논란 등 다른 악재들과 맞물려 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1백일도 안 돼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고, 인터넷상에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 서명운동까지 벌어져 1백30만 명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쇠고기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축산 농가 지원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무엇보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며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 협의 결과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미국과 추가로 협의를 거쳐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이 국제기준과 부합하는 것은 물론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받았습니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도 명문화하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미-한 자유무역협정 즉 FTA에 대해선 국회가 조속히 비준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유가와 식량, 그리고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다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쳤다”고 우려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로서 FTA 비준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습니다.

“지금 세계경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빠른 시일 내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회기도 임기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의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 정도면 대통령이 충분히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쇠고기 문제는 추가 보완하기로 하고 한-미 FTA를 마무리 짓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당들은 “본질은 빠진 국면전환용 담화에 불과하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울며 겨자먹기식 사과 표명”이라고 지적하면서, “본질인 쇠고기 재협상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미 FTA 비준 동의 문제를 꺼내드는 것으로 자신의 실정과 무능을 가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난했습니다.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쇠고기 협상 파문 등 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는 가운데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일부 청와대 참모와 내각에 대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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