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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협상 진전에 고심하는 일본


북한의 핵 신고를 위한 협상이 급진전을 이루면서 그동안 핵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동시 해결을 요구해온 일본 정부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도쿄 현지 차병석 기자를 연결해 최근의 북한 핵 문제 진전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과 입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우선 북한이 조만간 핵 신고를 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인데요, 그동안 테러지원국 해제를 하려면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선결조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던 일본 정부의 현재 입장이 궁금한데요.

최근 미국과 북한 간에 핵 신고를 둘러싼 논의가 급진전되면서 일본 정부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동안 6자회담 등에서 줄기차게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북 핵 해결과 납치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왔는데요, 현재 납치자 문제에 대한 아무런 진전이 없이 북한 핵 신고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서 난처한 입장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재조사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테러지원국 해제의 선결조건으로서가 아니라 후속 조치로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다뤄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미국 측은 일본측에 그같은 가능성을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후속 조치로 다뤄진다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불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불만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핵 문제에만 국한된 합의는 일본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며, 그렇다면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본이 북-미 대화에서 소외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자국 내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2~3백기가 폐기돼야 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8명의 생사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에 위협을 주고 있는 핵 문제, 미사일 문제와 더불어 납치 문제는 3종 세트“라면서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미흡하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일본 정부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 중거리 미사일 폐기 문제 등 자신들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미국이 핵신고 합의에 이르고, 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 왔는데, 바로 그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데 당혹감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 진전으로 북 핵 신고 문제가 해결되고,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에 대한 지원에 속속 착수할 경우에 과연 일본만 쏙 빠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생기는데요.

일본은 일단 북한 지원과 관련해서 현재까지는 매우 강경한 입장입니다. 미국이 식량위기에 처한 북한에 대해 50만t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결정했고, 한국도 식량지원 용의를 내비치고 있지만 일본은 전혀 그런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일본은 2004년 납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대북 식량 지원을 전면 중단한 상태이고요, 북한 핵, 미사일, 일본인 납치 문제 3가지가 해결될 때까지는 북한에 1990년대 당시와 같은 재앙적 기아사태가 발생해도 식량 지원을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북한 지원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6자회담 당사국 사이에서 유일하게 고립되는 상황을 감수할 것이냐에 대해선 ‘그렇게 까지 가진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습니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후쿠다 내각의 지지율이 20%선으로 매우 낮은 상황인데요, 이렇게 허약한 정부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해 강경노선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일본도 북한 지원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물론 거기엔 조건이 있습니다. 북한 측에서 일본 측이 식량 지원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사후적으로라도 납치자 문제와 관련된 ‘명분’을 일본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도 자연스럽게 북한 지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한이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줄 수 있는 ‘명분’은 예컨대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모두 끝난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납치자 중 생사 여부가 불확실한 사람들에 대한 재조사 등에 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어쨌든 후쿠다 총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납치자 문제 등이 해결되면 일본은 식민지 보상으로 1백만 달러의 경제협력 자금을 현찰로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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