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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식량 ‘모니터링’합의와 평가


미국은 북한에 대한 50만t 의 식량 지원을 발표하면서, 지원 식량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배분되는지를 점검하는 `모니터링'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의 합의 가운데는 특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 USAID는 밝히고 있는데요, 조은정 기자와 함께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의 분배에 대한 모니터링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조은정 기자.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식량 분배의 투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압니다. 식량 지원을 결정하기까지 분배 감시, 이른바 ‘모니터링’문제가 얼마나 큰 걸림돌이었습니까?

A 1.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의 세 가지 원칙을 밝혀왔습니다. 북한 내 식량 사정,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과의 형평성, 그리고 식량 분배 감시와 수혜자들에 대한 접근의 개선이 그 것인데요. 미국 정부는 이후 2005년에 식량 분배의 감시 즉 ‘모니터링’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심각해지면서 부시 행정부는 지난 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북한 당국과 식량 지원 재개를 위한 협상을 벌였는데요, 이 때도 최대 쟁점은 충분한 숫자의 모니터링 요원 배치와 임의 조사 가능 여부였습니다.

진행자) 무려 9개월 간의 검토와 협의 끝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이 결정됐는데요, 양측은 모니터링 문제를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A2.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 USAID의 데이비드 스나이더 대변인은 19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북한은 과거에 비해 진전된 (모니터링) 활동 조건(operating conditions)들을 담은 의정서(protocol)에 합의했으며, 이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요원'의 배치를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65 명의 모니터링 요원들의 북한 내 5곳의 현장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이들의 식량저장 창고 등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기로 미-북 양측이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두 나라가 식량 배분에 대한 불시 조사에도 합의했다고 USAID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2005년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식량 지원이 중단되기 전에는 어떤 조건에서 모니터링이 이뤄졌습니까?

A3:현장에서 활동하는 모니터링 요원의 규모 면에서는 이번 합의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북한의 요구로 세계식량계획 WFP가 2006년부터 대북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 직전에, 북한에는 5개의 현장사무소가 있었고 50 명에 못미치는 WFP직원들이 활동했습니다.

올해부터 재개되는 지원에는 65명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활동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는데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미-북 양측이 합의한 65 명에는 비정부기구 NGO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모니터링 요원의 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모니터링 인원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요원’이 참여하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될까요?

A4. 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피터슨연구소의 놀랜드 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대북 식량 분배 모니터링 조건을 담고 있다”며 “특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요원들을 배치함으로써 세계식량계획이나 다른 현장 분배 기구들은 북한 내부상황에 대해 보다 많이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은 이번에 분배 상황에 대한 불시 조사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돼 온 전용 문제가 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A5;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경제전문가인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북한에 지원된 식량이 특권층에게 유용되고, 시장으로 빼돌려지는 비율과 관련해 대부분 비정부기구 NGO 들은 10~30%로 추정하는 반면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50%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모니터링 요원들이 고아원이나 병원 등 수혜기관들을 직접 방문해 이들이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가장 취약한 계층이 식량을 접할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불시 조사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50만t이라는 대규모의 식량 지원과 관련해 전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과거에는 불시 조사가 전혀 없었습니까?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니터링 실시 계획을 6~10일 전에 북한 당국에 알리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불시 조사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피터슨연구소의 놀랜드 연구원은 “과거에도 모니터링 실시에 어느 정도 임의성이 있었다”면서 “WFP는 모니터링 실시 일주일 전에 북한 당국과 어떤 지역에서 몇 개의 시설을 방문할 것인지를 사전협의하고, 최종 방문 시설은 당일 날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차량 이용 등 실무적인 절차를 감안해서라도 모니터링 실시 당일까지 북한 당국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는 1백% 불시 조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모니터링’조건은 물론 과거보다는 훨씬 개선된 수준이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A7. 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 전역에 50만t이 분배되는 데 65명이라는 감시요원 수는 절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앞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 분배 모니터링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령 피터슨연구소의 놀랜드 연구원은 “지금은 고아원이나 학교 등 특정 기관으로 식량이 지원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가가호호 북한 가정에 식량이 직접 전달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지난 2005년에 WFP와 북한 당국이 잠시 논의했던 대로 식량을 담은 포대에 전자인식표를 달거나, 외부 원조 식량 배급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와 함께 미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의 분배 감시 모니터링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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