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전쟁 납북자 가족들,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한국에서는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의해 납북된 전시납북자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전시 납북자의 경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전후 납북자와 달리 실태파악이 어려워 대책 마련이 힘들다는 입장을 보여왔는데요.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전쟁 중 납북된 인사 가족들은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포럼을 열고 전시납북자 진상규명과 생사 확인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납북인사 가족을 비롯해 통일부 당국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의 이미일 원장은 인사말에서 “전시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이상, 전시납북자 특별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시납북자가 납북자 범주에 속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대한민국은 1953년 휴전 이후에 성립된 국가가 아니라 명백히 1948년에 정부를 수립한 나라이므로 전시납북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선 전쟁 당시 북한이 서울을 비롯한 남한 전역에서 건국 주도인사들과 국가 공무원들을 살해하거나 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나라정책연구원 김광동 원장은 공보처 통계국과 대한적십자사 등의 기존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48년 선출돼 임기가 끝난 남측 제헌 국회의원 2백 명 중 50 명이 납북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김 원장은 “전쟁 당시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서울에 있던 국회의원 62 명 가운데 27 명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거나 납북된 것으로 보인다”며 “납북 대상을 건국 주도세력으로 한정한 것은 남측 정부가 정상체제로 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나라정책연구원 김광동 원장: “국가적 지식인, 공무원, 반공단체 등에 대해 집중됐다는 것으로 알 수 있는데, 56년 대한적십자사 등록된 자료에 의하면 전체 등록자의 50%가 공무원, 법조인, 학자 경찰 위주로 돼 있습니다. 이들은 건국주도세력으로…”

현재 북한은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해도 민간인들을 납치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납북자 문제는 제네바협약과 국제 인권법의 측면에서도 위반”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현 정부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 이후 납북자의 생사 확인과 송환 등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지난 달 29일 전후납북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과 보상금 지급을 처음 승인했지만 전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통일부에선 전후 납북자 문제 특별법 추진을 먼저 한 뒤, 전시 납북자 문제도 입법에 나서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납북자 인권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던 현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도희윤 피랍인권연대 대표: “참여정부시절 늦춰졌다면 현정부에서 지금 당장 납북자문제에 착수해야합니다. 하루속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가족들에게 보여줘야합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최수영 사무관은 “전시납북자 문제가 쉽지 않은 문제임엔 분명하나, 북한에 변화가 없다면 지원도 없다는 것이 현 정부의 대북 원칙인만큼,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납북인사 가족들도 증언을 통해 비록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불법 납치행위에 대해 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내무부 산하 치안국 경위로 근무하다 납북된 최홍식 씨의 장남 최광석 씨는 “납북자에 대한 북한의 사실 인정이 급선무”라며 “정부는 전시납북자 문제를 남북화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인식하고 조속히 해결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최광석씨: “납치했다 라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방법을 현 정부가 유도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만약 이에 등한시한다면 국민의 애국심, 국가관에 문제를 방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 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