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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플루토늄 문서 제출 엇갈린 평가


북한이 미국에 1만8천 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핵 관련 문서를 넘겨준 데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문서 제출은 검증을 요구하는 미국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긍정적인 진전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우라늄 농축과 핵 확산 정보가 들어있지 않은 이번 문서는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한 진정한 ‘검증’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정부에 1만8천 쪽의 플루토늄 프로그램 관련 문서를 넘겨준 것과 관련해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존 페퍼 (John Feffer) 외교정책 국장은 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관련 문서를 미국에 넘겨준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북한이 제출한 문서의 방대한 양이 아주 인상적”이라면서, “이로써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대북 강경파들의 비판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이어 모든 문서가 유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서들은 현재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검증 (Verification)’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플루토늄 관련 문서 제출은 북한의 성실성을 입증하는 1차 증거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페퍼 국장도 북한의 이번 문서 제출은 ‘검증’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협력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절대로 어떤 형식의 검증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이 일부 형태의 검증을 받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제출된 문서들로는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한 진정한 ‘검증’이 이뤄질 수 없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제출한 문서들만 봐서는 얼마나 조작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이는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진정한 검증을 하려면 기록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직접 북한에 들어가 핵 시설들을 시찰하고 과학자들을 면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또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넘겨 받은 문서들은 단지 영변 원자로의 가동 기록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나 핵 확산 활동에 관한 정보는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특히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최근 공개됐는데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는 이란과 같은 다른 핵 확산 국가들에게 아주 나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미국이 북한의 도움으로 건설된 시리아 원자로의 존재를 알아내는 데 5년이 걸렸다는 것은 북한과 시리아가 핵 활동을 정교하게 감추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북한으로부터 핵 확산을 중단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아무런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북한과의 핵 협력 등을 이유로 시리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시리아 정부 소유 자산을 동결하고 시리아로의 특정물품 수출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현행 제재가 1년 간 더 연장되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핵 확산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시리아에 이중잣대를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핵 협력을 이유로 제재를 연장하면서, 시리아에 핵 물질과 기술을 제공한 북한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리, 유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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