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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새 정부 대북정책 ‘실리주의’ 강화될 듯


지난 7일 러시아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북 핵 6자회담 참가국인 러시아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러시아 관계 전문가들은 40대 초반의 국영가스업체 이사장 출신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전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절의 대북정책 기본 틀은 유지하겠지만 북 핵 문제를 자국의 경제적 실리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을 더욱 뚜렷이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나이 42세로,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 이사장 출신인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취임했습니다.

전임 대통령인 푸틴 집권기에 경제사회 분야를 담당한제1부총리를 지내 ‘푸틴의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의 경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푸틴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 실익 추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한국의 러시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 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협력을 함께 추진하려는 기존입장을 유지하되 동북아 경제협력 쪽에 보다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러시아-북한 관계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즉 TSR의 동북아 국가 연결, 극동 시베리아 개발 등 러시아의 거대 국책 과제들을 추진하는 데 북한과의 협력을 더욱 중요시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토론을 통해 러시아가 대북 실리외교를 강화하려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북 핵 문제 해결이 좀 지연되더라도 남북 경협은 계속되는 게 아니냐, 그러니까 철도 연결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이구요, 러시아 연해주 개발과 시베리아 가스 개발 등과 관계가 있다고 보여지구요, 그런 면에서 러시아는 비핵화를 위한 러시아의 노력보다는 오히려 현 상황에서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리 추구 이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구요.”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합의한 나진-하산 간 철도 현대화 사업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비록 연장 54 킬로미터에 불과한 사업이지만 이 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유럽과 극동을 잇는 초대형 물류사업 구상의 일부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이 사업에는 한국의 민간 물류업체들도 러시아 지분을 일부 인수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러시아가 고대해왔던 동북아에서의 다자 간 경제협력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도 이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최근 남북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한국 기업의 참여를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전 대통령으로부터 북 핵 문제 해결과 대북 경제협력을 함께 추진하려는 전략과 함께 이에 대한 현실적 제약까지 이어받았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투자능력이나 교역량 면에서 미미한 북한과의 양자협력만으론 이 같은 거대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탓에 한국, 일본 등과의 다자 간 협력이 절실하지만 이들 정부는 비핵화를 대북 경협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나진-하산 간 철도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게 된 것 또한 햇볕정책을 추구했던 한국의 과거 정부가 터를 닦아 놓은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금으로선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여부가 앞으로의 사업 진행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옛 소련에게 진 빚 80억 달러 상환 문제는 오랫동안 두 나라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자체 상환 능력이 없는 북한에게서 빚을 받기 위해서라도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러시아가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은숙 지역연구실장입니다.

“러시아가 이 북한 핵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려가는 과정 속에서 또는 조금 더 앞서서 그것을 푸는 과정으로 우리 한국이나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것들이 바로 삼각협력 혹은 국제 컨소시엄 이런 것들을 통해서 채무를 반환받고 싶은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전문가들은 하지만 러시아가 다른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을 제어할 수 있는 외교안보적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대북 경협 병행전략이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거두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한편으론 북 핵 6자회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설득하면서도, 북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철도 연결사업 등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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