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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 도착한 북한 핵 신고

  • 최원기

북한이 어제 약 2만 건에 달하는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를 미국에 넘겨줌에 따라 핵 신고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넉달 간 미국과 북한 간에 계속돼 온 줄다리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 핵 신고 문제가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최 기자, 북한의 핵 신고가 종착역에 다다른 분위기인데, 먼저 핵 신고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에 교착상태가 발생한 원인부터 알아볼까요?

최)네, 핵 신고 문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미-북 양국 간에 핵 신고에 대한 인식과 시각차가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10.4 합의에 따라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지난 해 12월31일까지 ‘완전하고 정확하게’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정치적 보상은 하지 않은 채 핵 신고만 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 평양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연계 의혹을 신고하는 것도 내켜 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중유 등 경제적 보상이 늦어지는 것에도 불만이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지난 해 연말까지로 약속했던 핵 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 후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넉달 이상 계속됐습니다.

진행자) `핵 신고를 해라, 못하겠다’라며 넉달 간 지속된

교착상태에 돌파구가 마련된 계기로는 역시 미-북 양측의 싱가포르 회동을 꼽아야 하겠죠?

최) 그렇습니다.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길어지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 달 8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일련의 주고받기식 해법을 도출했습니다. 언론이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라고 부르는 이 해법의 핵심은 핵 신고 문제와 북한에 대한 정치적 보상 문제를 하나로 묶어서 한 몫에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그 동안 시리아로의 핵 확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는데요, 싱가포르 잠정합의에서는 이 문제와 농축 우라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습니까?

최) 핵 신고 문제는 크게 3가지 분야가 있습니다. 우선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북한과 시리아와의 핵 확산 문제, 그리고 농축 우라늄 문제가 그것인데요. 먼저 플루토늄 문제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공개적으로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시리아에 대한 핵 확산과 농축 우라늄 문제는 비공개 양해 각서에 각자 입장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 내용을 적어놓으면 북한은 그 내용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관측통들은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달 24일 북한이 시리아의 핵 개발을 도왔다는 정보를 공개했는데요, 이 정보 공개가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를 이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최)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시리아 핵 확산 정보가 싱가포르 잠정합의에 파문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좌초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 정보가 공개되자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미 의회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미 의회 내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의 정보가 공개되자 ‘바로 이렇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또 공화당 의원들도 부시 행정부가 정보를 늦게 공개하는 데 불만을 보였을 뿐 6자회담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그렇다면 북한이 언제쯤 핵 신고를 하고, 6자회담은 언제쯤 재개될까요?

최)북한이 8일 평양을 방문한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에게 원자로 가동 일지를 넘겨준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 신고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제공한 문서가 워싱턴에 도착하면 미국은 문서검증에 착수할 것입니다. 이어 북한은 이 달 중순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러면 한국,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1-2주 정도 핵 신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이 달 말께는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재개해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언제쯤 이뤄질까요?

최) 관측통들은 미국의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싱가포르에서 핵 신고와 정치적 보상의 자세한 순서와 시간표를 짜놨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핵 신고를 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중단하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의회에 통보할 것입니다. 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 그로부터 24시간 내에 북한은 영변의 냉각탑을 파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비핵화 2단계는 일단 마무리 되는 셈인데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최)북한이 핵 신고를 하게 되면 비핵화는 2단계의 신고 과정을 지나 3단계의 검증과 폐기 과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개될 검증과 폐기 과정이 핵 신고 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것은 ‘핵 신고를 하느냐 마느냐, 핵 신고의 범위는 무엇이냐’하는 것이었는데요. 3단계에서는 미국의 전문가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 핵물질과 핵 프로그램을 직접 검증합니다. 또 미국은 북한이 만들어 놓은 핵폭탄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북한은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증과 폐기는 지금까지 해온 핵 신고보다 적어도 10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 핵 신고 문제 전개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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