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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치범 수용소 다룬 첫 영화, 미-한 공동제작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가 미국과 한국 합작으로 만들어집니다. 영화의 원작은 ‘북한의 아우슈비츠’로 알려진 함경남도 요덕 수용소에서 10년 간 수감됐던 탈북자 강철환씨의 체험기 ‘평양의 어항’(The Aquariums of Pyongyang)인데요, 원작과 같은 제목의 이 영화는 내년 여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영화제작업체 주식회사 씨네마 앤 아이는 7일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사와 공동으로 탈북자 강철환 씨 원작 ‘평양의 어항’을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의 아우슈비츠’로 알려진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을 정면에서 다룬 최초의 영화로,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철환 씨의 수용소 체험기인 ‘평양의 어항’은 지난 1994년 강 씨가 한글로 쓴 ‘수용소의 노래’라는 책을 프랑스 작가 피에르 리굴로 씨와 영어 판으로 다시 정리해 공동 집필한 것입니다.

1968년 생으로 올해 나이 40살인 강 씨는 할아버지가 북한에서 이른바 ‘민족반역죄’를 지어 가족들과 함께 요덕 수용소에서 1977년부터 10년 간 수감생활을 한 뒤 탈북을 결심해 1992년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양의 어항’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02년 올해의 책 베스트 100’에 선정되고 영문 판을 비롯해 프랑스어, 네델란드어, 이탈리아어, 불가리아어 등 11개 국어로 발간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씨네마 앤 아이에 따르면 원작과 같은 제목이 될 이번 영화는 한 외국인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 내의 인권유린을 몸소 겪으면서, 그런 비참한 생활 속에 처한 사람들의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남북분단에 관한 이야기를 관찰자 시점에서 풀어 나갈 예정입니다.

강 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예로 들며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다룬 영화가 이제야 나오게 된 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용소의 실태, 반인륜범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는 없었지요 지금까지, 그리고 지난 반 세기 동안 수용소가 운영돼 왔고 그 안에선 히틀러의 아우슈비츠에 버금가는 많은 인명들이 학살됐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 수용소에 관한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때가 늦은 감이 있구요.”

이 영화는 씨네마 앤 아이 측이 2년여 전 한국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당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추구하면서 투자환경이 여의치 않아 우여곡절 끝에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인 아마록 프로덕션과 손을 잡으면서 2006년 말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미국측 공동제작자 케빈 쿠퍼 씨는 영화 아마겟돈 등 초대형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헐리웃의 유명인사라고 씨네마 앤 아이 측은 밝혔습니다.

제작비는 총 1천8백만 달러, 한국 돈으로 1백80억원 규모이고, 현재 헐리우드 유명 감독과 미국, 한국의 유명배우 등을 상대로 섭외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11월쯤 촬영에 들어가 내년 여름쯤 개봉할 예정인 이 영화는 특히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동시 개봉을 추진 중이어서, 성사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씨네마 앤 아이 관계자입니다.

“내년 7-8월 시즌을 생각합니다. 전 세계 동시 개봉이에요, 배급사는 미국의 메이저 회사와 얘기 중이거든요, 저희가 생각할 땐 동남아는 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유럽도 다 나가잖아요.”

현재 한국에서 북한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작자 강 씨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며 “이번 영화는 자신이 경험했던 7,80년대 요덕 수용소 뿐만 아니라 그 이후 더 열악해진 수용소 상황을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대로 담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나와서 수용소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스토리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것이 희생된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구요, 그리고 이 영화를 계기로 북한의 수용소가 철폐되는 역사적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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