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의원 ‘굶주리고 탄압받는 북한주민 잊지 말아야’


어제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제 5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 북한 인권과 탈북난민 구원을 위한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중국 내 탈북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면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측 간사인 일리아나 로스-레티넨 의원은 성명에서,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지지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사태를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과 결부시켜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잔뜩 찌푸려 있던 29일 워싱턴 날씨. 하지만 이날 정오 탈북난민 구원집회가 열리자 갑자기 해가 나며 개기 시작했습니다.

5년째 북한자유주간의 중심 행사로 열리는 의사당 앞 집회. 올해도 미국 의회 관계자들과 인권, 종교 단체, 탈북자, 미주 한인 기독교인들이 참석해 ‘침묵은 북한에 죽음이다' 란 구호가 적힌 검은 띠를 팔에 두르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일리아나 로스-레티넨 의원은 데니스 할핀 외교위 전문위원이 대독한 성명에서 올해 북한자유주간이 매우 중대한 시기에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북 핵 6자회담이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움직이면서 북한 인권과 탈북난민 보호 문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릴 위기에 놓여 있고,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일관적인 납북자 문제 해결 촉구에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이런 인권을 무시하는 양상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중국 내 탈북난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림픽을 앞둔 중국 정부는 탈북자 체포에 대한 포상금을 16배나 올리며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특히 한국주재 중국대사관이 지난 27일 서울에서 발생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지지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사태를 조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중국대사관이 1만명 이상의 중국 학생들과 폭력배들에게 서울의 성화 봉송 행사에 참여할 것을 독려해, 결국 이들이 물병과 막대기 등으로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평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 폭력을 가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그러나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인권 문제와 대북 지원을 북 핵 해결 등에 연계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일부 좋은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은 굶주린 채 탄압받는 북한주민들을 절대 잊지 말고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계속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베이징 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북한 정부의 인권탄압에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의원교류연맹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있는 로이스 의원은 중국 정부에 국제난민협약을 준수하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탈북자 실태 조사를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중국 공안의 탈북자 체포 장면을 재현하는 상황극을 펼쳤고, 탈북 예술인들로 구성된 평양예술선교단이 북한식 치마 저고리를 입고 화려한 공연을 펼쳐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국 주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보호를 받던 중 지난 달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조진혜 씨는 특별연설에서, 주적으로 교육 받았던 미국이 북한주민을 위해 노력하는 현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악으로 착취하려고 한다고 배웠고 들어왔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고 또 지금도 북한 백성들이 생각하고 있는 미국놈들이 우리들을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이 자리에서 이런 추운 날씨에 저희도 추워 떨리는데 이런 장소에서 우리를 위해 울부짖으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조 씨는 그러나 자신처럼 북한과 중국에서 여전히 헤매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계속 가슴이 아프다며,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더 열심히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올림픽 하기 전에 자유의 백성, 죽어가는 사람, 또 물에 빠져가는 사람을 더 빠지게 밀어 넣지 말고 그들에게 자유를 달라고 정말 무릎 꿇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사무실을 방문해 북한 인권과 탈북자 보호 관련 법안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