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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북 잠정합의 지켜질 것’

  • 최원기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합작품인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미국 내에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최근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하자 워싱턴에서는 미-북 간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또 이 와중에 힐 차관보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힐 차관보와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과연 역풍을 이겨낼 수 있을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역풍을 만났습니다. 만일 힐 차관보가 북한-시리아 간 핵 협력 공식 발표라는 역풍 속에서도 북한 측 대화 상대인 김계관 부상과의 싱가포르 잠정합의를 지켜낼 경우, 그는 북한으로부터 핵 신고를 받고 비핵화는 3단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잠정합의가 의회 등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할 경우 대북 협상 책임자로서의 그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4일 미 의회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보설명회로 시작됐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은 이날 상하 양원의 외교위와 국방위,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비디오와 관련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시리아의 핵 개발을 도왔음을 보여주는 정황증거가 제시되자 미 의회는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상원 외교위원장인 조셉 바이든 의원과 하원 외교위원장인 하워드 버만 의원은 각각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6자회담을 계속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대북 협상을 계속 추진하는 쪽에 무게를 실어주었습니다.

반면 존 엔사인과 존 카일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14명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은 이란을 비롯한 다른 불량국가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 1기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마이클 그린 연구원은, 미 의회에서 민주당은 대체로 6자회담을 지지하는 반면 공화당은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연구원은 "공화당 의원들은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이 좀더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는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타임스' 신문은 지난 25일 행정부 관리들도 북한과의 협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검증을 강화하는 등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를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연구원은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행정부 내부에서 그리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가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그린 연구원은 "국무부와 국방부 등 미 행정부 내 대다수는 미-북 잠정합의를 지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를 주도했던 힐 차관보가 상부의 신임을 잃은 것 같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지난 24일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힐 차관보가 상부로부터 미-북 싱가포르 합의를 옹호하거나 설명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힐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이나 라이스 국무장관으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느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존스홉킨스대학의 돈 오버도퍼 교수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이 힐 차관보를 버린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가 라이스 장관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일일이 훈령을 받아 북한과 협상을 한만큼 지금와서 그를 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이 힐 차관보를 버린다는 것은 우스운 얘기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확산 문제로 흔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좌초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백악관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뜻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악관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북한이 시리아와 핵 협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힐 차관보에 대한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신뢰가 변했다는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핵 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냈던 로버트 아인혼 씨는 최근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는 건재하다며,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그런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씨는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하려면 검증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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