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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 ‘국제 곡물가격 급등, 45년 WFP 역사상 최악’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폭동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세계식량계획 WFP는 지금과 같은 곡물가격 급등 사태는 WFP 설립 45년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외신들은 이같은 곡물가격 인상으로 특히 북한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세계식량계획 WFP는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각국에 대한 식량 지원분이 줄어 현재는 WFP 설립 45년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며, 전세계에서 전보다 1억 명이 추가로 기아와 영양실조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조제트 시란 WFP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영국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을 '조용한 쓰나미'라고 표현하며, 이들 1억 명은 6개월 전에는 외부 지원이 전혀 필요 없던 사람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시란 사무총장은 날이 갈수록 전 날보다 더 적은 양의 식량을 살 수밖에 없어 불행하게도 WFP가 식량을 지원 중인 78개국에 대한 지원량을 삭감해야 하는 뼈아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란 사무총장은 WFP의 긴급 지원이 없으면 조만간 전 세계 45만 명의 어린이가 점심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지난 2004년 아시아 지역의 쓰나미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취해졌던 구호 규모와 맞먹는 장기적인 대규모 비상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시란 사무총장은 이어 개발도상국들에서 시위와 폭력 사태가 잇따르는 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이 화난 폭도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란 사무총장은 식량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 이같은 폭동은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이른바 '식량 폭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는 주민들이 식품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정부가 치솟는 식품가격을 낮추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카리브해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는 식량 폭동으로 적어도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집트에서도 4명이 시위 도중 숨졌습니다. 이밖에 세네갈, 예멘, 멕시코, 인도 등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식료품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꾸로 세계 주요 쌀 수출국인 필리핀과 인도,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는 매점매석이 잇따르고 있어 가난한 나라들의 식량 부족과 식품가격 상승, 이에 따른 폭동사태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시란 사무총장은 WFP는 이같은 폭동이 심각해질 경우, 해당 국가의 요청이 있으면 폭력사태 진화를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지난 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특히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신문은 22일 북한이 쌀 값 폭등에 따른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은 지난 해 수해로 11%의 곡물이 휩쓸려나갔다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현 식량 상황은 2백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1990년대 대기아 사태 이후 최악이라고 전했습니다.

주로 중국으로부터의 쌀 수입에 의존하던 북한은 중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가 시작된 데다 북한 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매년 지원 받던 쌀도 받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팔리시'(Foreign Policy)도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한 기사에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라 매우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5개국 가운데 첫번째로 북한을 꼽았습니다.

'포린 팔리시'는 북한은 지난 해 수해로 10~25%의 옥수수와 벼를 잃었다며, 이에 따라 북한은 보통 연간 곡물 소비량의 80%를 생산하지만 올해는 60%로 줄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포린 팔리시'는 이어 북한의 쌀 값은 지난 해 4월과 비교해 1백86%, 곡물 평균가격도 70% 올랐다며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인구가 전체의 35%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의 신문 '르 피가로' 역시 22일 북한주민들이 식량난으로 심각한 기근 위기에 처해 있다며 북한의 식량 위기는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이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식량 지원을 대북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르 피가로'는 특히 북한 정권은 이같은 식량 위기와 기근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비정부기구, NGO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등 현 사태를 긴급한 현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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