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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원자로 가동 기록이 플루토늄 신고 검증의 핵심’


오늘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 미국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은 평양에 머무는 동안 북한 측과 플루토늄 신고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신고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원자로 가동기록’ 를 입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2일 평양에 도착한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비롯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 측과 논의할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의 핵심은 플루토늄 관련 사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신고와 관련, 중요한 것은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한 플루토늄의 총량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들이 공동으로 작성해 지난 해 3월 발표한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는 “북한이 최대 5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 역시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 양을 50kg으로 추정하는 발언들을 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지난 해 12월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약 3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밝혔다고 일본의 `도쿄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21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46~64 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해 이 중 28~50kg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과 관련한 미국 측의 추정과 북한의 주장 사이에 차이가 나는 데 대해 "북한은 추출 추정치의 최소 수치, 미국은 최대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관을 지낸 올브라이트 소장은 “재처리된 플루토늄 총량 이외에 신고서에 포함돼야 할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과 이 핵무기들의 현재 소재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외교협회(CFR) 소속의 핵 전문가인 찰스 퍼거슨 박사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30~50kg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현재 북한과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치가 20 kg이나 차이가 나고 있는데, 이는 3~4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기 때문에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북한의 플루토늄 신고에서 중요한 것은 재처리된 총량과 이 물질들이 어디에 얼마나 사용됐는지 용도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에서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의 핵 안전 문제를 담당했던 퍼거슨 박사는 특히 핵무기 제조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핵무기 제조기술이 발달될수록 적은 양의 플루토늄으로 가볍고 작은 핵탄두를 만들어 탄도미사일에 장착이 용이해진다”며 “일부 핵 선진국은 1~2kg의 플루토늄 만으로도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2006년 10월 실험한 핵무기는 1세대 핵무기로 1기에 약 6kg의 플루토늄이 사용되며, 이는 1945년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시하는 재처리된 플루토늄 양과 핵무기 제조와 실험에 사용된 세부수치들을 검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영변의 5MW 원자로 등 관련 핵 시설의 가동 일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레온 시갈 박사는 “영변 원자로의 가동 일지가 입수되면 원자로의 가동 기간, 사용된 전력량, 폐연료봉 생산 속도 등을 토대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미국은 북한이 언제 원자로를 가동 또는 중단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지만, 원자로의 전력 수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협회의 퍼거슨 박사도 “원자로 가동 일지를 통해 플루토늄 총생산량을 계산한 이후에는, 북한이 사용한 재처리 방법을 감안해 폐연료봉으로 부터 최종 추출된 양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올브라이트 소장은 원자로 가동 일지 외에 핵 전문가들이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곳곳에서 샘플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신고량을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흑연감속로(graphite moderator) 샘플을 추출하면, 여기에는 원자로의 가동 역사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플루토늄이 생산됐는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 방식으로 생산 총량이 나오면, 이후 재처리 과정에서 유실된 플루토늄 양과 아직 냉각조 (cooling pond)에 담겨 있는 플루토늄 양을 확인할 기본 정보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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