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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 거부할 것'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발언에 개의치 않는 이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보여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남북한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일단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Gordon Flake) 소장은 18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제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열어놓고 있고 대북 포용의지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 시켜준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이 대통령이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원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은 북한이 한국 총선을 전후로 취한 신랄하고 저돌적인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그런 연극에 의해 단념하거나 방해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ner) 선임 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는 있되 남북 대화는 이제 조건부, 상호주의, 투명성 면에서 보다 실용적인 요구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기존 발언과 일맥상통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신문과의 특별회견에서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연락사무소 설치를 포함해 고위급 상설 외교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의 “새로운 정권과 접촉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필요로하는 것으로 보인다” 며 “이 시기에 남한이나 북한이나 새로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때 여러 차례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구상을 제안했지만, 북한측의 반대로 무산됐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제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이건 각료급 또는 고위급 회담이건간에 북한한테는 비정기적인 접촉을 갖는 것이 더 이익을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과의 회담에 참석하기로 동의하는 대가로 번번히 어떤 형식의 혜택을 요구했다는 게 클링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맨스필드 재단’의 플레이크 소장도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수위를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이어 “북한은 지난 10년간 한국측 대표단을 끊임없이 무례하게 대해왔다”면서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해 한국을 “상대적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대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미국 컬럼비아대학 웨더헤드 동아시아연구소의 조엘 위트 (Joel Wit) 선임연구원은 두 나라간의 연락사무소 설치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상대국가의 수도에 고위급 특사가 상주하면 이론적으로 그 특사는 상대국의 주요 정부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고 상대국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위트 연구원 역시 이론이 현실로 나타날지는 의문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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