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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언론, 버지니아공대 참사 1주년 특집보도


오늘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 사건이 발생한 지 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사건 1주년을 맞아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희생자 가족들과 미국 사회 전체가 당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 참사의 근본원인을 규명하고 상처 치유와 재발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들을 조명한 다양한 특집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2007년 4월 16일. 오전 7시 15분부터 9시 45분 사이. 미국의 버지니아 주의 조용하고 작은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버지니아공대(Virginia Tech) 교정의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와 노리스 홀에서는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이 학교 영문과 4학년생인 한국계 미국 이민자 조승희는 학생들과 교수 32명을 사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고로 20여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은 너무나 두려워 살기 위해 총에 맞아 죽은 척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범인이 강의실로 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교실문을 막았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2007년 4월 16일. 미국은 이렇게 역사상 최악의 대학 교내 총기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이 사건을 주모한 범인 조승희는 1달여 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조승희는 범행 당일 권총과 망치 등 흉기를 들고 협박과 원망을 내뱉는 자신의 모습을 비디오 영상에 담아 미국의 NBC 방송에 보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승희의 주변에서 그가 정신발달 장애의 일환인 자폐증을 앓았고 정신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증언이 전해졌습니다.

총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공대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버지니아공대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교내 안전 문제와 총기 규제, 그리고 정신 질환 문제 등 많은 미국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됐습니다.

특히 범인 조승희가 총기구입 전에 정신치료를 받는 등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기 구입에 대한 규제 강화 주장이 크게 제기됐습니다. 결국 미 의회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총기를 구입할 수 없도록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조지 부시 대통령도 지난 1월 8일에 이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버지니아공대총기참사 1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의 가족과 지역 사회가 상처를 치유하고 시련을 딛고 일어서려는 모습들을 조명한 다양한 특집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 신문은 15일 당시 사고에서 딸을 잃은 브라이언 클로이드 버지니아공대 회계학 교수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클로이드 교수는 사고 직후 딸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접수된 성금 전액을 이 지역의 가장 빈곤한 마을에 파손된 가옥들을 복구하는 프로그램에 사용되도록 했습니다.

클로이드 씨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보다 1년전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더 나은 치료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약 1백50명의 버지니아공대 학생들과 교수들을 인솔하고 5주간의 주택 수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도 지난 11일 ‘생존자들, 슬픔을 뒤로하고 행동에 들어가다’라는 제목으로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려는 유족들의 행보를 자세히 보도한 데 이어, 영국의 BBC 방송도 지난 8일 조승희에 대한 특집 방송을 방영했습니다. BBC 방송은 특히 ‘이 세계: 버지니아공대 참사’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조승희 씨의 사회적 부적응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한편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 1주년을 맞아 16일 하루 전교 휴강을 실시하고 촛불집회 등 다양한 추모행사를 갖습니다. 또한 버지니아공대 교내에 마련된 추모비를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과 교수, 주민, 관광객들은 모두 추모비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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