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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북핵 협상장 떠난다


지난 2년간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핵 협상장을 떠나게 됩니다. 6자회담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수석대표라는 중책을 맡았던 천 본부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성품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이정표로 불리는2.13합의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로서 한반도 비핵화 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2년2개월간 몸담았던 북핵 협상장을 떠납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재외공관장 인사를 하고 천 본부장을 주요국 대사로 임명할 예정이며, 후임에는 김숙 제주도국제자문대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환 장관] “ 천영우 본부장은 그 동안 2년 반 동안 많은 고생을 하셨고, 그 동안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일정한 성과도 있었고, 앞으로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협상을 전개해야 되기 때문에, 일단 교체하는 것으로 내정을 했습니다. “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인사조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4강 외교 추진과 6자회담 등 당면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로 보면 된다”며 “다른 국가의 6자회담 대표들이 바뀌는 상황에서 북핵 협상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에 이어 2006년 4월,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에 임명된 천 본부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박한 북핵지식과 발군의 협상력으로, 2.13합의를 비롯한 북한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 비핵화 2단계 조치 등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미북 간 힘겨루기가 이어져, 취임 여덞달 만에 6자회담 무대에 데뷔했던 천 본부장은, 2.13합의 당시, 첨예하게 대립하던 에너지 경제 지원 협의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회담국간 미묘한 입장차를 조율해 회담의 동력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다자외교에 오래 몸담은 유엔통답게,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논리공방을 벌여가며 북한의 요구수준을 제시단계에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평갑니다.

외통부의 국장급 간부는 이와 관련 “제1차 북핵위기 발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와 유엔 안보리의 북핵 협의, 대북 경수로 건설 협상 등에 참여하며 갈고 닦은 비확산 다자외교 전문가로서의 협상력이 당시 빛을 발했다”고 평했습니다.

또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분담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모두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5개국 분담안을 관철시키는 개가도 올렸습니다.

아울러 2006년 9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대북협상안인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힐 차관보와 공조아래 회담장에서 풀어낸 것도 천 본부장의 몫이었습니다.

평소 소탈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알려진 천 본부장은 6자 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과 독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얘깁니다.

협상장에서 김 부상이 종종 천 본부장의 자문을 구해왔다는 전언들이 천 본부장의 탁월한 협상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외통부의 또 다른 소식통은 “여러모로 진통을 겪었던 북핵 협상과정에서 천 본부장이 특유의 협상력으로 북측의 실천 정도에 연동하는 ‘단계별 제도’를 제안해,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과거 유엔에서 군축업무를 담당했던 터라, 북핵 현안이 실무단계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 대표들에게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브리핑하는 등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후문입니다.

실제로 10.3합의 부속합의서에 적시된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작업 11개 항목 등 기술적 문제에 있어선 사실상 천 본부장의 감수가 있어야만 6자회담에서 정식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부 내에선 핵 폐기 단계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핵 프로그램 신고의 최종 타결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천 본부장이 교체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향후 천 본부장은 풍부한 다자외교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대사로 물망에 올라있어, 향후에도 북핵 문제에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7년 외시 11회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천 본부장은 국제기구 정책관과 주 유엔 차석 대사를 거쳐 외교정책 실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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