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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일부 탈북난민 잦은 이동에 정착 지원단체 실망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 가운데 일부가 정착지를 자주 옮기고 있어 지원 난민단체가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주목을 받았던 켄터키 주의 한 도시는 절반의 탈북자가 이미 다른 도시로 이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미국 내 탈북자 이주 실태와 배경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정착지를 옮기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1일 현재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43명 인데요.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적어도 한 번 이상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중서부 켄터키 주의 한 도시의 경우 지난 2006년 여름 이후 도착한 성인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이 여러 이유로 뉴욕과 조지아 주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 주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보호를 받던 중 미국에 입국한 여성 2명은 이 도시에 온 지 불과 나흘만에 남부의 한 대도시로 떠났습니다. 이밖에 뉴욕 북부와 버지니아, 콜로라도 주의 중소 도시에 살던 일부 탈북자들도 뉴욕 시와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로 이주했으며, 소수의 탈북자들은 다른 도시로 떠났다가 환경에 적응 못해 다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정착지를 옮기는 이유는 뭔가요?

답)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초 정착지 보다 더 큰 도시에 가면 일자리와 돈벌이가 더 많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서부터 다른 도시에 정착한 친구의 권유, 일부 한인 교회 단체들의 지원에 대한 기대, 또 영어 공부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한인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그런데 난민정착 지원기관이 이런 일부 탈북자들의 잦은 이동에 대해 상당히 실망하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난민정착 지원기관은 난민이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미리 거주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지원 프로그램을 짜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합니다. 예를 들어 켄터키 주의 한 지원기관은 탈북자들을 위해 지역 미국인 교회가 아파트 월세 등 재정을 지원하고, 한인 교회가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문화적 지원을 하는 계획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세심한 준비 속에 도착한 탈북자가 갑자기 떠나는 경우가 늘자 매우 허탈해 하고 있습니다.

켄터키 주의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고 있는 한 단체의 소장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북난민들을 상대할 때마다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과는 매우 다른 생각을 갖고 미국에 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 다른 생각을 갖고 미국에 입국하는 것 같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답) 대부분의 난민들은 미국 정부와 난민지원 정착기관의 프로그램을 믿고 잘 따라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도 빨리 습득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탈북자들은 대개 돈을 빨리 벌기 위해 일자리부터 찾아 나서고 난민 지원기관의 설명은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의 소장은 최근 입국한 탈북여성 2명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설득을 했지만 이들은 정부와 난민 전문기관의 말보다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하며 도시를 떠났다고 아쉬움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기 때문에 개인의 이주 권리가 보장되지만 탈북자들이 이례적으로 자주 이런 모습을 보이자 매우 안타깝고 답답했다고 이 소장은 덧붙였습니다.

문) 떠난 탈북자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답) 대부분 한인 식당이나 미용업체 등 한인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난민기관이 지정해준 최초 정착지가 아닌 다른 곳에 이주했기 때문에 난민정착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여러 복잡한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후 영주권 등을 신청할 때도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난민기관을 통해 이들의 통역을 돕고 있는 한 관계자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문) 난민정착 지원기관과 미국 정부는 난민들에게 어떤 프로그램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답)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보통 의료보험과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식품구입권(Food stamp)을 8개월 동안 지급하고 이후 난민의 직장 수입에 따라 지원을 끊거나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난민들에게 영어교육과 그밖에 정착에 필요한 상담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요. 켄터키 주는 특히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정부 지원 외에 지역 기독교 교회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다른 지역에 비해 양질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무부와 난민 담당 부처가 탈북자들의 정착지로 켄터키 주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고 난민단체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문) 탈북자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답) 영어에 대한 한계와 외로움 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은 그래도 ABC 등 알파벳과 최소한의 영어 표현을 할 줄 아는데, 탈북자들은 기초부터 배워야 하니까 어려움이 많고, 중소 도시란 배경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옌지, 방콕 등 도시권에 머물렀던 탈북자들로서는 조용한 미국 중소 도시의 삶이 지겨울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 탈북자는 어디로 옮기든 돈 잘 벌고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난민정착 지원기관들은 미국에 입국을 원하는 탈북자들에게 어떤 권고를 하고 있나요?

답) 탈북자들이 국무부와 난민정착 지원기관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켄터키 주 내 한 난민정착 지원기관의 소장은 정부와 난민기관은 탈북자들에게 최적의 정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신뢰를 갖고 프로그램을 잘 따르는 것이 안정된 삶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입국 후 켄터키 주에서 비교적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 브라이언 씨는 타인에 자꾸 기대려는 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탈북 난민들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장로교 교단의 한 관계자는 한인 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버리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권고합니다.

“먼저 미국 사회에 있고, 한인 커뮤니티에도 있는 거지, 한인 커뮤니티에만 살 수는 없어요.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생존하려면 언젠가는 미국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니까 처음에 미국 사람들이 내 식구처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환영하고 이렇게 해주는 게 굉장히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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