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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총선, ‘대북정책에 적잖은 파장 미칠 것’


어제 실시된 한국의 18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 보수 성향의 집권 한나라당이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은 든든한 버팀목을 얻게 됐습니다. 특히 대북정책에서 현 정부보다 더 강경한, 이른바 ‘친박 계열’로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과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층 보수적인 방향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9일 실시된 한국의 18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총 의석수 2백99석의 과반수를 넘긴 1백53석을 차지했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불거진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현 대북정책 기조에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하지만 의석 분포의 속내를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현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강력한 경쟁세력이 같은 보수진영 내부에 형성됐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그룹, 이른바 ‘친박 계열’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나 친박연대 소속으로, 또는 무소속으로 나서 50여석을 차지하는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 때 한나라당을 떠나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이회창 총재 또한 모두 18석을 차지하며 충청 지역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나 이회창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과 보수세력 적자 경쟁을 벌이며, 대북정책에 관한 한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우선 같은 한나라당 우산 아래 있는 이명박 계열과 박근혜 계열 간 갈등관계가 현 정부의 향후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겨우 넘긴 한나라당의 이명박 계파 입장에선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한나라당 안팎에서 당선된 박근혜 계파 소속 의원 50여명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무소속이나 친박연대소속으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이 한나라당에 합류할 경우 현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놓고 두 계파 간 일정 정도의 당내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만일 친박계열, 친박연대가 당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 당 내에서 대북정책 관련된 부분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박근혜계가 좀 더 라이트에 가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박근혜 계의 보수주의가 서로 갈등을 겪으면서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는 그런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고..”

김 교수는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두 계파 간 갈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정은 약간 시끄러울 수 있겠지만 결국 이 대통령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현실을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철학에 비춰볼 때 의회권력을 장악했다고 해서 남북관계 전반을 불안하게 만들 북한인권법 제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여당 내 두 계파 간 갈등에 비해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은 현 대북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세정책연구원 이순영 원장은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펴고 있는 이명박 세력을 사이에 두고 정통보수를 자임하고 있는 대북 강경파들이 당 안팎에 포진한 형국”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18명의 소속 국회의원을 확보한 자유선진당의 경우 의원 2명만 더 받아들이면 국회 운영에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유선진당은 18석이지만 바로 2명만 더하면 원내교섭단체가 되거든요, 아마 적극적으로 2명 이상 영입을 추진할 겁니다. 그러면 3당 구도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외적으로 일단은 목소리가 생기는 것이고, 내부에 이제 박근혜 계보 50여 명이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안에서 또 제동을 많이 걸거라 말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 국회 내 판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남북관계는 현재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북 핵 2단계 협상 결과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 핵 2단계 협상이 타결될 경우엔 새 정부 들어 이미 상당 부분 악화된 남북관계로 인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애매해질 수 있지만, 결렬 또는 타결이 상당기간 지연될 경우엔 보수화된 한국의 집권세력과 북한 당국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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