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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싱가포르 회동: 낙관적인 북한, 유보적인 미국

  • 최원기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의 양자회동 결과를 놓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회동에서 핵 신고 문제에서 미국과 견해가 일치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아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북 싱가포르 회동을 둘러싼 워싱턴과 평양의 속내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지난 8일 열렸던 싱가포르 양자회동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측과 회담을 마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9일 “좋은 회담을 했으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다소 진전을 이뤘으나 핵 신고와 관련한 교착상태를 끝낼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반면 북한은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9일 싱가포르 회동을 거론하면서, “10.3 합의 이행을 완결하는 데서 미국의 정치적 보상 조치와 핵 신고 문제에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싱가포르 회동 결과를 설명들은 중국과 일본의 반응도 나왔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북 양측이 핵 신고 문제에 대해 공통인식을 도출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일본의 한 고위 관리는 “미-북 양측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각국의 반응을 종합하면 미국은 유보적 입장인 반면 북한은 전향적이고, 중국과 일본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싱가포르의 미국대사관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어떤 문제를 논의했으며 어떤 결론을 내렸느냐 하는 것입니다.

관측통들은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을 종합할 때 3가지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첫째, 미국과 북한은 핵 신고 문제와 관련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정치적 보상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는 미-북 양국이 핵 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문제에 대해 일종의 ‘공통된 인식’이나 ‘절충점’에 도달했지만 완전한 합의에 이룬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이번 회동에서 어떤 절충점에 도달했더라도 그 내용은 각국 수뇌부의 승인을 얻어야 비로소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회장은 미국과 북한 외교관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합의를 했더라도 그 내용은 수뇌부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미-북 싱가포르 회동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디딤돌이 될 것인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지 하는 것은 워싱턴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회동 결과를 승인할 경우 북한 핵 문제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회담 결과를 거부할 경우 핵 문제는 기존의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헤리티지재단의 부르스 클링거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이번 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회담의 ‘세부사항’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부르스 클링거 연구원] "이번 회담의 성패는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에 달려 있다."

미-북 싱가포르 회동이 막이 내린지는 48시간이 흘렀지만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회담 결과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며 아직 분명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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