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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냉각으로 올림픽 단일팀 무산 가능성


2008베이징올림픽 남북한 단일팀과 공동응원단 구성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해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방안을 합의한 바 있지만,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북한 측은 남한 측의 실무회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북 단일팀은 물론, 공동응원단 구성이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7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에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북한올림픽위원회 모두 참가했지만 공식 회동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측 대표단은 총회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에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남북 단일팀과 공동응원단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양자회동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이번 회의에만 충실하겠다는 이유를 대며 남측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현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식 무산을 통보한 것이 아닌 만큼 계속 접촉을 시도하겠지만, 경의선 보수공사 기간 등 시간적인 문제나 남북관계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길 위원장] "남북한 간 정치적 현안들이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남북한 올림픽 회의도 원만하게 이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4년부터 논의가 됐던 남북 단일팀의 경우 지난 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진전되는듯 했지만, 양측이 선수 구성방안에 이견을 보인데다, 최근 남북관계와 맞물려 더 이상 회담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남북 공동응원단 또한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친 합의 이후, 논의가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로써 최근 경색된 남북 분위기와 맞물려 남북 체육교류까지 급속도로 냉각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한,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 응원단 파견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응원단의 경우, 응원단 수송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경의선 철도 긴급 보수 작업이 선행돼야 하므로, 시기적으로도 늦었다는 겁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남북관계나 경의선 철도 보수공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남북 단일팀이나 공동응원단 파견은 힘들지 않겠냐”며 “특히 단일팀 구성의 경우, 남북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통일부 소식통은 “단일팀이나 공동응원단의 경우, 남북의 여러 사정상 답보상태에 머물렀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아직까지 ‘꺼진 불’이라 보기보단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협의될 가능성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 북핵 문제가 해결돼 남북관계가 진전될 경우, 극적인 합의가 성사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긴장국면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며 남북 간 교류에 촉매역할을 해온 스포츠 분야 교류가 주춤함에 따라, 남북간 대화 채널마저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전영선 교수는 “지난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 동안 정부와 민간 등 이원적으로 이뤄지던 남북교류 분야에서, 당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남북관계가 냉각되면, 문화 교류도 경색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정치적 문제가 풀려야 문화 교류도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겁니다.

[전영선 교수] “예전엔 당국교류와 민간교류라는 두 가지 채널이 있어 어느 한쪽이 막히더라도 다른 쪽이 풀 수 있는 출로가 있었는데 점차 남북관계가 이전보다 발전하면서 정치문제와 경제문제 자체를 이끄는 것이 국가주도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공동응원 같은 것을 당국이 주도하면서 남북관계와 문화교류가 연동되는 구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대 김동선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상선언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여파가 민간교류 분야까지 미친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남북 응원단과 단일팀 구성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한 체육계에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박철근 차장은 “베이징에서 접촉이 아직 진행 중이고 여러 채널을 통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뭐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박철근 차장] “지금까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요. 이것이 베이징 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공동응원과 연결되므로 지금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평을 한다는 게 어렵구요. 전망 자체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긋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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