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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일정과 과제는?

  • 최원기

교착상태에 있는 북한 핵 신고 문제를 풀기 위한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회동이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싱가포르 회동을 마친 뒤 “좋은 회담을 했지만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 핵 문제가 그동안 어떻게 전개돼왔으며,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앞두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최 기자, 미국과 북한이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핵 신고 문제를 집중 논의했는데, 회담이 타결됐는지, 아니면 회담이 결렬됐는지 아직 구체적인 회담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군요?

답) 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8일 싱가포르주재 미국대사관에서 4시간30분에 걸쳐 양자회동을 가졌습니다. 양측은 모두 회담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회담을 마치고 9일 베이징에 도착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좋은 회담을 했으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 "좋은 회담은 했으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는 힐 차관보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답) 관측통들은 힐 차관보의 이 말을 회담 결과를 승인 받기 위해 상부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싱가포르에서 최선을 다해 협상을 벌여서 어떤 ‘공동의 인식’이나, ‘절충점’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공식 발표하려면 힐 차관보의 상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딕 체니 부통령, 그리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당초 미국이 기대하던 큰 돌파구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문)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바로 비핵화 3단계인 미-북 관계 개선과 핵 폐기 단계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신고 문제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군요. 여기서 그동안 비핵화 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좀 설명해주시죠?

답) 여기서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 핵 문제 진행 과정을 좀 설명드리는 것이 좋을 것같은데요. 미국과 북한을 비롯한 6자회담 대표들은 지난 해 2월 베이징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일련의 ‘주고 받기식’ 해법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2.13합의인데요. 이 합의에 따르면 6개국은 핵 문제를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1단계에서는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하고, 2단계에서는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 그리고 3단계에서는 검증에 이어 모든 핵을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행동에 발맞춰 중유 등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만일 북한이 핵 신고를 하게 되면 비핵화는 바로 3단계로 넘어가게 됩니까?

답) 아직 2단계가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핵 신고를 포함해 2단계에서는 아직 마무리 해야 할 문제가 3가지 남아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핵 신고서를 6자회담에 정식으로 신고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또 2단계에 완료하기로 했던 북한 핵 시설 불능화도 아직 다 마무리된 것이 아닙니다. 아울러 중유 등 대북 경제적 지원도 완료해야 합니다.

또 이것은 북한 비핵화의 공식 일정은 아닙니다만, 북한이 핵 신고를 할 경우 워싱턴 조야에서는 핵 신고를 정치적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문) 북한 핵 신고 문제를 놓고 "워싱턴에서 논란이 일 것이다"라고 했는데, 어떤 논란이 예상됩니까?

답) 그동안 북한의 핵 신고를 놓고 워싱턴에서는 강온파가 서로 다른 기준치를 주장해왔습니다. 강경파들은 북한이 플루토늄, 농축 우라늄, 시리아와의 핵 협력은 물론이고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 그리고 핵 물질의 소재와 사용처를 빠짐없이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온건파들은 북한이 플루토늄에 대한 성실한 신고를 할 경우 시리아와 농축 우라늄 문제는 부차적으로 다루자는 입장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플루토늄은 공개 신고를 하고 농축 우라늄 문제와 시리아와의 핵 협력 문제는 비공개 합의 각서에 담아 분리 신고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부시 행정부가 비공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언론에 흘러나올 공산이 큽니다. 이 경우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 수준’을 놓고 강온파 간에 일대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 10.3 합의 2단계에서는 ‘핵 신고’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는데요, 전문가들은 3단계는 어떤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검증’ 문제가 3단계의 가장 큰 복병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핵 신고만 하면 나머지 검증과 폐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검증은 핵 신고 못지않게 어려울 공산이 큽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항상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얘기하면서 ‘남조선에 1천 개의 핵무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는 검증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의 특정 핵 시설을 검증하자고 할 경우 북한 측이 ‘남한의 미군기지에 있는 핵무기도 검증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검증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진행될 공산이 있습니다. 검증이 이 정도니 핵 폐기는 이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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