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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한국계 영화감독, 르완다의 종족간 갈등 그려내 국제적 주목 받아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미국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관해 전해 드립니다. 이어서 한인 2세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데뷔작으로, 르완다의 현실을 그린 영화 ‘문유랑가보 (Munyurangabo)’를 소개해 드립니다.

[한 주간 문화계 소식]

  • 워싱톤 포스트 신문이 월터 리드 미군 병원의 실상을 파헤친 보도로 퓰리처상 공공서비스상을 받는 등 보도 부문에서 여섯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올해 퓰리처상 연극 부문에서는 무너져가는 가정을 그린 트레이시 레트의 ‘8월: 오시지 카운티’가, 소설 부문에서는 주노 디아즈의 ‘오스카 와오의 짧지만 멋진 삶’이 수상작으로 뽑혔습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래햄 링컨이 쓴 자필 편지 한 통이 최근 경매에서 3백4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지난 3일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이 편지는1864년 링컨 전 대통령이 어린이 노예해방을 탄원한 어린이들에게 답장으로 쓴 것입니다. 영화 ‘벤허’의 주인공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유명 배우 찰톤 헤스톤이 지난 6일 84세를 일기로 숨졌습니다. 전미총기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한 찰톤 헤스톤은 지난 2002년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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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는 미 해병대원들이 힘차게 외치며 인사하는 말입니다. “항상 충실하라”를 좌우명으로 내걸고 있는 미 해병대는 현역 군인이 18만명, 예비군이 4만명에 달하는 등 병력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2년전인 2006년 11월 워싱톤 인근 버지니아주에 국립 해병대 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콴티코 해병대 기지 안에 있는 국립 해병대 박물관은 삼각형 모야입니다. 옆으로 기울어진 삼각형 건물 위에 64 미터 길이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강철 첨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데요. 이같은 건물 외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상의 이오 지마 섬에 상륙한 미군 병사들이 미국 국기를 세우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박물관 운영국장인 스캇 요스트 중령은 말합니다.

박물관 건물은 이오 지마섬의 수리바치산에 미국 국기를 세우던 미 해병대원 다섯명과 해군 병사 한 명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요스트 중령은 설명했는데요. 이들 미군 병사들이 성조기를 세우는 모습은 AP 통신 기자의 카메라에 담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구요. 또 워싱톤 인근 포토맥강 인근에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본 딴 기념비가 세워져 있기도 합니다.

국립 해병대 박물관은 미 해병대 역사에 관련된 자료를 보전하고 미국 국민들에게 미 해병대에 관해 알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요스트 중령은 말하는데요. 또한 해병대원들을 모집하고 해병대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도 박물관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립 해병대 박물관 실내에 들어서면 먼저 중앙 전시실에 탱크와 비행기, 그리고 각종 무기가 전시돼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박물관 운영국장인 요스트 중령은 관람객들이 미 해병대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실이 꾸며져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실의 경우 먼저 함선의 상황실처럼 꾸며진 곳에서 이오 지마 침공에 관한 설명을 듣게 되고, 시뮬레이션 장치를 통해 비디오 화면을 보면서 마치 배를 타고 섬의 해변에 상륙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요스트 중령은 말했습니다.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는 제2차 세계대전실 외에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 미 해병대가 참전한 현대전 전시실이 각각 따로 꾸며져 있는데요. 콴티코 해병대 기지의 언론담당관인 크리스틴 달튼 소위는 한국전쟁실에 들어가면 1950년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겪어야 했던 혹독한 추위를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달튼 소위는 ‘얼어붙은 장진호’란 별명이 붙을 만큼 혹독했던 당시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도록 실내 온도가 다른 전시실에 비해 낮게 조절돼 있다고 말하는데요. 한국 전쟁에 참전한 미 해병대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을 겪어햐 했는가를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전쟁은 미 해병대가 헬기와 전투기를 처음 전투에 동원한 전쟁이었는데요.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는 1950년 12월 미 해병대가 전투에 처음 도입했던 그런맨 팬더 전투기가 전시돼 있구요. 또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미 해병대의 인천 상륙작전에 관해서도 자세히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전실에는 1968년의 881 고지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전투에 사용됐던 수송 헬기가 전시되고 있는데요. 이 헬기에 오르면 정말로 헬기에 탄 것 처럼 흔들리는 느낌을 받을 뿐 아니라, 실제 헬기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와 소리도 느낄 수 있습니다.

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여러 전쟁에 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라며, 특히 베트남전실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는데요. 매우 실감 나게 꾸며져 있다는 것입니다.

달튼 소위는 해병대원들은 미국 해병대의 유산과 전통에 매우 긍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국립 해병대 박물관은 이같은 미 해병대의 전통과 유산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달튼 소위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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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2세 영화감독인 리 아이삭 정 씨가 종족간 대학살의 참상을 겪은 르완다에 관한 영화로 국제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 감독의 ‘문유랑가보 (Munyurangabo)’는 지난해 칸느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돼 호평을 받았구요. 그 후 토론토, 베를린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됐고,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서 열린 AFI 영화제에서는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문유랑가보’에는 종족이 다른 두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문유랑가보는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투치족 소년의 이름이자 르완다어로 용맹한 전사를 의미하는데요. 문유랑가보는 르완다 대학살 당시에 살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며 여행을 떠납니다. 수도 키갈리에서 문유랑가보를 알게 된 상와는 후투족인데도 불구하고 원수 갚는 일을 돕겠다며 따라 나섭니다. 두 소년은 지나가는 길에 상와의 집에 들리게 되는데요. 투치족에 대해 깊은 편견을 갖고있는 상와의 부모가 투치족인 문유랑가보에게 반감을 보이면서, 인종간의 갈등이 조성됩니다.

문유랑가보를 연출한 한인 2세 리 아이삭 정 감독은 매년 르완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내를 따라 나섰다가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감독은 아내가 예술치료사로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자신은 그 곳 청소년들에게 영화를 가르쳤다고 말하는데요. 영화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학생들과 함께 찍은 영화가 바로 ‘문유랑가보’란 것입니다.

현지어인 킨유르완다어로 촬영된 ‘문유랑가보’는 르완다인들의 시각에서 르완다를 바라본 최초의 영화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정 감독은 르완다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감독은 그동안에 나온 르완다에 관한 영화는 서양 관객을 위한 것이 많았다며, 자신은 그 반대로 가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르완다인들이 그들의 감정을 고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현지어로 촬영했다고 정 감독은 말하는데요. 전혀 모르는 언어로 영화를 촬영했지만 작업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감독은 동료인 새뮤얼 앤더슨 씨와 공동으로 ‘문유랑가보’의 극본을 썼는데요. 완성된 극본 없이 대략의 줄거리 만을 생각해 둔 상태로 촬영에 들어가서 그때 그 때 극본을 써서 이어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문유랑가보’의 출연 배우들은 모두 현지에서 기용됐는데요. 문유랑가보와 상와, 두 주인공 역을 맡은 소년들은 모두 거리에서 먹고 자는 고아들로 영화 출연은 물론 연기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한 것 치곤 꽤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 감독은 아내가 자원봉사 하던 단체는 거리를 떠도는 고아 청소년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 곳에서 여러 르완다 10대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들었다며, 그 중에서도 두 소년의 얘기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배우로 기용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유랑가보는 정 감독의 데뷔작인데요. 별 기대없이 칸느 영화제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초청작으로 뽑혀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정 감독은 오는 9월부터 다음 작품인 ‘운좋은 인생 (Lucky Life)’의 촬영에 들어간다고 말하는데요. 한국 회사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이 영화는 시간과 죽음, 사랑을 탐구하는 3부작이며, 1부는 미국, 2부는 프랑스 파리, 3부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또 칸느 영화제 지원 작품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리 아이삭 정 감독은 중국 질린성을 여행하면서 많은 탈북자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는데요. 언젠가 이들 탈북자들과 북한에 관한 얘기도 영화에 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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