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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핵 협상에 활발해지는 뉴욕채널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막판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뉴욕채널’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욕 채널은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미국과 북한이 뉴욕에 소재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로로 삼아 이뤄지는 외교적 접촉을 일컫는 것입니다. 뉴욕채널이 미-북 간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뉴욕채널’을 자주 거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달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힐 차관보는 김 부상에게 핵 신고와 관련된 모종의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대답을 나중에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그동안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 계속 접촉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미국은 그동안 직접 만나거나 팩스, 또는 전화 등의 방법으로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해 12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 뉴욕채널을 통해 구두 답신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 부시 1기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트 스트로브 씨는 뉴욕채널이 미국과 북한이 운영하는 막후 외교접촉 창구라고 말합니다. 미국과 북한 간에는 공식 외교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전달할 메시지가 있으면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활용하는 데, 언론이 이를 ‘뉴욕채널’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뉴욕채널이란 미국 국무부와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간에 이뤄지는 외교적 접촉을 일컫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에 언제부터 뉴욕채널이 가동됐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뉴욕채널이 지난 90년대 초부터 가동됐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서 이른바 1차 북 핵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로버트 갈루치 당시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뉴욕에서 강석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과 일련의 회담을 가졌는데 이것이 뉴욕채널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외교관들은 뉴욕채널을 ‘우체국(POST OFFICE)’ 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외교 협상 기능은 없고 단지 연락 기능만 수행하는 것을 빗댄 얘기입니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트로브 씨는 미-북 양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종종 외교적 협상도 했었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지난 1996년 가을 미국과 북한은 당시 발생한 강릉 잠수함 사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뉴욕채널을 통해 협상을 벌였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전달할 메시지가 있으면 대개 국무부 한국과장을 뉴욕의 북한대표부에 보내 북한 측의 참사관급 외교관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국무부 북한 담당 특사가 한국과장을 대동하고 북한대표부를 방문한 적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뉴욕채널의 중요성을 감안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2 명의 대사급 외교관을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이달 중 교체될 예정인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말 그대로 유엔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김명길 차석대사가 미-북 간 뉴욕채널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핵 신고와 관련한 최근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다른 때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뉴욕채널을 전면가동해 온갖 메시지와 막후 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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