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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북한과 지원 협상 과정 다룬 국제 구호단체 동영상 화제

  • 유미정

북한에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 중인 지난 1997년 10월, 북한이 최초로 지원을 요청했던 비정부 구호단체 ‘케어 인터내셔널 (CARE International)’ 의 당시 방북 동영상이 최근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라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당시 평양 외곽지역의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을 제공한다는 ‘케어’측의 설명에 ‘생산성’을 이유로 평양과 서해 곡창지대 (Rice Bowl)에 외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올해 지난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것이라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민간 지원단체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97년 북한 정부의 요청으로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북했던 한 국제 구호단체가 북한 측과 벌인 협상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최근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려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극심한 가뭄으로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던 지난 1997년 10월, 세계적인 구호단체인 ‘케어 인터내셔널(CARE International)’을 초청해 지원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케어’와 함께 방북한 마크 데이비스 기자가 촬영한 22분여 길이의 이 동영상은 당시 호주 국영 ‘ABC방송’의 시사전문 프로그램인 ‘포린 코레스폰던트(Foreign Correspondent)’에 소개됐었습니다.

당시 ‘케어’ 측은 북한의 기근구호위원회(North Korea Famine Relief Committee) 관계자들과 지원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케어’ 측은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 지원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케어 측은 또 그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민들과 피해 지역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평양 지역 외 타 지역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고, 모든 국제 지원은 평양과 서해안 곡창지대에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해지역이 기본 농업지대인데 여기다가 협조를 집중해 주면 그 한 개 군에서 나온 식량이 동신 희천 몇 개 군보다 더 많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지역에 모든 지원을 집중해 이 지역을 통해 다른 지역에까지 식량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북한의 중앙에서 관장할 사안이며, 결코 국제 지원단체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케어’ 측은 당시 굶주림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일차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북한 당국은 이들에게 북한의 희천과 동신 지역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희천 유치원 선생님] “어린이들 속에서 급성 설사병, 서대장염 이런 것들이 제기됩니다”

희천 지역의 탁아소들을 임의로 방문한 ‘케어’ 측은 이 곳이 평양 지역보다 외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임을 목격했습니다. 이날 학생들 20%가 아파서 탁아소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병원의 촬영도 금지했지만,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희천 현지 관계자들은 ‘케어’ 측에 접근을 허용했습니다.

‘케어’ 측은 북한에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임의적으로 지방을 방문하는 것을 북한 측이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케어’ 측은 역시 대외 이미지보다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현 상황을 더 우려하는 현지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동신 지역의 한 가정집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식량이 좀 풀릴 때는 생활을 좀 유지 했는데, 수해로 세대주는 죽고…”

15개월된 유아를 포함해 4명의 이 식구들은 하루에 1백 그램 정도의 식량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케어’ 측 관계자들을 동행한 북한의 현지 관리는 북한의 배급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기근은 사회주의 체제로 인한 기근이 아니라며, 결국 생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굶주림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1995부터 1998년까지 계속된 ‘고난의 행군’ 기간 중 극심한 식량난으로 북한의 국가 배급체제가 와해되면서 1백만 명 이상이 굶주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유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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