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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실패한 국가 I – 재건의 도전과 한계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실패한 국가'들은 자국민들에게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적 권리조차 제공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 불안정을 초래합니다. 최근 미국의 한 민간연구소가 전세계 1백 41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국가 핵심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을 측정한 조사에서, 북한은 15번째로 나쁜 성적을 기록했고, 특히 정치와 경제 분야가 극도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방송은 오늘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실패한 국가들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모색해 보는 특집시리즈를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실패한 국가 재건작업의 도전과 한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굴 칸 씨는 1970년대 후반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 시 인근의 한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내전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이주했습니다. 지난 30년 간 불안한 치안상황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길 꺼려했던 굴 칸 씨는 드디어 옛집을 찾을 결심을 했습니다.

굴 칸 씨는 형제들과 이웃들에게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마을을 재건하자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굴 칸 씨는 이제는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도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전세계 1백 41개 개발도상국의 정부의 역할을 분석한 조사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실패한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1년 반에 걸친 연구 끝에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개발도상국 국가지표’는 정치, 경제, 안보, 복지의 네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을 평가했습니다. 가장 낮은 분류인 ‘실패한 국가’에는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콩고공화국 세 나라가 포함됐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재건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고, 내전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민주당의 아담 스미스 하원의원은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실패한 국가들에 개입할 것을 오랫동안 주장해 왔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아프가니스탄이야말로 실패한 국가들이 어떻게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아프가니스탄이 실패한 국가였기 때문에 알카에다가 그 곳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미국에 대해 9.11 테러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만일 아프가니스탄이 실패한 국가가 아니었다면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테러분자들이 안전하게 숨어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9.11 테러 발생 이후 부시 행정부와 미국의 외교정책 입안자들은 실패한 국가에 대해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 소재 케이토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프레블 외교정책 담당 국장은 “미국은 알카에다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며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실패한 국가들을 재건하기 보다는 테러 위협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레블 국장은 “실패한 국가들을 재건하는 작업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으며 몇몇 성공한 경우에도 극도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며, “미국이 외교정책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실패한 국가들 개선이 포함된 것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실패한 국가의 개념에 대해서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국가들은 전쟁과 자연재해, 가난과 부패 등 다양한 이유로 무너지곤 합니다. 따라서 한 국가의 병폐를 고친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는 동시에 엄청난 헌신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라크 재건이 지지부진한 것을 보며 국제사회는 단순한 선거만으로 안정적이고 제 구실을 하는 민주정부를 세울 수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미국의 존 허브스트 재건안정 조정 대사 (Coordinator for reconstruction and stabilization)는 이라크와 같은 약한 국가를 돕기 위해 국무부의 재건안정실은 2억 4천 8백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허브스트 대사는 추가 예산으로 기술자, 보건사업자, 도시 설계자와 같은 민간업체들과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허브스트 대사는 “재건 작업을 시작할 때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마치고 떠나기까지 어떤 조치들이 필요하며 소요 시간은 얼마가 될지를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가장 정열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사 결과 소말리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됐으나, 아담 스미스 하원의원은 소말리아에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소말리아는 약한 국가들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는 그저 현상유지만을 해야할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때로는 미국과 국제사회로서는 실패한 국가에서의 불안정이 주변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억제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드리는 `실패한 국가' 특집시리즈 I – 재건의 도전과 한계 편은 여기서 마칩니다. '실패한 국가' 특집시리즈 2편 에서는 실패한 국가들의 안보 문제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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