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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 요청 대신 강경 행동, 중국 지원 믿는 듯


북한의 식량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대신 한국 정부에 대한 강경 행동과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로부터 식량난이 극심한 춘궁기에 북한이 왜 이같은 돌출 행동을 하는지, 언제쯤 비료와 식량 지원을 요청할지 등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중국 정부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자국 국민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왜 한국 정부에 매년 해오던 식량과 비료 지원 요청을 아직도 하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오히려 개성공단 내 한국 정부 요원 축출과 서해상 미사일 발사,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등 돌출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해 핵 문제와의 연관성을 먼저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북한의 대외정책에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북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즉, '안 주고, 안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특히 '기부자 피로감'을 설명하며, 이번 사태로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정부와의 식량 지원 협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의 대북 식량 지원 요청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각국의 기부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특히 미국 정부의 입장이 '기부자 피로감'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말로는 인도주의적 지원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 협상을 이룬다면 매우 기쁘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 (IFRA) 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행동은 오는 9일 열리는 한국 총선을 겨냥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총선 이후 반드시 한국 정부 측에 식량과 비료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은 한국의 총선 이후 분명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 정부 측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특히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오는 8일 싱가포르에서 만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양측의 회동으로 북 핵 협상의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면 한국 정부는 북한 측의 식량과 비료 지원 요청을 더욱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은 이렇든 저렇든 비료와 식량 지원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요청 시기를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식량과 비료 지원을 한국 총선 전에 요청한다면 인권 문제나 핵 협상 타결 등을 이명박 정부로부터 요구 받을 수 있고, 이명박 정부와의 협력, 실용주의 노선이 주목 받아 한나라당으로 표가 몰리게 되며,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식량 지원 요구가 거꾸로 이명박 정부 측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의 태도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못마땅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막으려는, 너무나 명확한 계산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의 현재와 같은 행동의 최대 희생양은 북한주민이라며, 북한은 오랜 우방인 중국을 믿고 한국과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권태진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에 가장 식량 상황이 나쁜 상황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에 통상적으로 요청했던 식량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주민을 볼모로 삼는 일종의 벼랑끝 전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쪽에서는 (북한이) 중국 쪽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의 양무진 교수도 지난 4일 프랑스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는 18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을 방문해 대규모 식량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의 '한겨레 신문'은 4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이 중국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요청했으며, 중국은 아직 북한의 지원 요청에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식량 사정은 남북 간 정치적 긴장 상태가 고조됨에 따라 한국, 중국,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여부와는 별도로 북한 사회의 여러 내부적 요인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연구위원은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는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분위기가 나쁠 때는 시장의 매점매석이 발생하고, 북한 당국은 향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식량 배급량을 줄이기 때문에 북한의 식량난은 정치적 분위기에 특히 더욱 취약하다며, 이는 특히 북한의 취약계층에게는 엄청난 희생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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